릴케 2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 중에 다시 읽어본 책이다. 릴케가 첫번째 답장을 쓴 1903년은 릴케의 나이 28세일 때로 이미 많은 시를 발표하며 명성을 높이고 있을 때였다. 또 몸이 쇠약해서 이탈리아의 휴양도시인 비아레지오에서 쉬고 있었다. 시인이 되기를 지향하는 생면부지의 젊은 청년에게 이토록 친절하고 다정한 충고를 했다는 데서 문학과 사람을 대하는 릴케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다. 편지 교환은 1908년까지 계속된다. 꼭 문학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삶을 대하는 릴케의 진지한 충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인생의 가치는 외적 성공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다. 편하고 쉬운 길보다 어렵고 무거운 길을 가야 한다. 자기 내면의 고독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릴케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청년에게 마치 구도자 ..

읽고본느낌 2017.09.27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 / R. M. Rilke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이름을 가만히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시심(詩心)이 저절로 샘솟지 않는가. 릴케야말로 가장 시인다운 이름을 가진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그가 좋았던 건 순전히 ..

시읽는기쁨 20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