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2

비 온 뒤 마가렛

어떤 꽃을 보면 특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에게 마가렛은 흰 복장을 한 정결한 수녀를 연상시킨다. 오래전 어느 수녀원 뜰에서 본 마가렛 꽃밭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사흘 동안 계속 봄비가 내렸다. 남쪽 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컸다는 보도를 봤다. 이런 험한 봄비는 이례적이어서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꼴이 아니길 바라지만.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짧은 산책을 했다. 근린공원에는 비에 젖은 마가렛 꽃이 몸을 말리지 못한 채 피어 있었다.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더욱 청초해 보이는 비 내린 뒤의 마가렛이었다.

꽃들의향기 2024.05.08

나무쑥갓

우리말을 쓰고 싶어 나무쑥갓이라 이름 붙였지만, 역시 이 꽃은 마가렛(marguerite)이라 해야 제 맛이 난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 모르지만 나무쑥갓이란 어감도 별로 어울리진 않는다. 마가렛은 아프리카 원산의 국화과 식물이다. 아프리카 원산인 것도 그렇고, 봄과 여름에 피는 국화인 것도 특이하다. 흰색 꽃잎과 노란색 꽃술이 밝고 화사한데, 이 꽃의 이미지는 순수하고 소박하다 할 수 있다. 밝은 소박미가 이 꽃의 특징이다. 앵자봉 아래에 있는 수녀원 뜰에 마가렛이 가득 피어 있었다. 그때 수녀원 분위기와 함께 이 꽃밭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지금도 마가렛을 보면 수녀원이 먼저 떠오른다. 봉쇄수녀원이어선지 수녀님들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대신에 봄에는 수녀원 건물 앞에 이 꽃이 환하게 피어 있..

꽃들의향기 200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