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9

사기[14-1]

맹자는 추나라 사람이다. 그는 자사(子思)의 제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맹자는 학문의 이치를 깨우친 뒤 제나라 선왕을 섬기려고 했지만, 선왕이 자신의 주장을 실행하지 않으므로 양나라로 갔다. 양나라 혜왕도 맹자의 주장을 입으로만 찬성하고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의 주장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실제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진나라는 상군(商君)을 등용하여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강화했으며, 초나라와 위나라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싸움에서 이겨 적국을 약화시켰다. 제나라 위왕과 선왕이 손자(孫子)와 전기(田忌) 같은 인물을 기용해서 세력을 넓혔으므로 제후들은 동쪽으로 제나라에 조공을 바쳤다.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

삶의나침반 2024.02.27

사람들은 왜 사이비에 빠질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인 '나는 신이다'가 연일 화제다. 종교를 내세운 집단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동시에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사악한 교주나 교리에 끌려 신도가 될 수 있는가, 라는 의문도 자연스레 들게 된다. 먼저 이단과 사이비는 구별해야 한다. 이단은 경전을 정통 교단의 가르침과 다르게 해석하는 집단이다. 지금의 기독도교 초창기에는 이단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수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던 초기 기독교회는 유대교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스데반은 유대인에 의해 돌에 맞아 죽은 최초의 순교자였다. 개신교가 시작된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가톨릭계로부터 이단시되었다. 그러므로 이단이라는 표현보다는 비주류라고 불러야 ..

길위의단상 2023.03.19

경안천 20km를 걷다

집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나섰다. 경안천을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려 했는데 쌀쌀한 날씨 탓에 열심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겨울 소백산 능선의 칼바람을 맞는 게 옳았다. 요사이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이젠 격한 감정의 요동이 잦아지고 좀 차분해질 때가 되었다. 나부터 사태를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도 필요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불쌍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맹자는 말했다.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人皆有不忍人之心]."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에 사람 구별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오늘은 4시간 넘게 약 20km를 걸었다. 걷기의 위안이 없다면 나는 얼마나 슬플 것인가. 걷다 보면 쪼그라진 ..

사진속일상 2014.01.18

논어[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 조상도 아닌데 제사를 모신다면 아첨하는 거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야."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 爲政 17 에서 '의(義)'자를 만나면 반갑다. 인(仁)과 의(義)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의가 빠진 인이란 절름발이다. 세상을 바로잡는 힘은 수오지심(羞惡之心)에서 나온다. 의를 강조한 사람은 맹자였다. 맹자는 말했다. "생명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의 역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양자가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나는 목숨을 버리고 의를 선택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맹자에게 의는 목숨보다 앞서는 가치였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다'는 나..

삶의나침반 2013.04.17

우환이 우리를 살린다

'生于憂患 死于安樂', 어느 음식점 벽에 걸린 액자에서 이 글귀를 보았다.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주인장의 좌우명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환이 우리를 살리고, 안락이 우리를 죽인다', 음미할수록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는 내용이다. 편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늘 안락하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지 않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안락을 바랄수록 우환이 반드시 따르는 법이다. 안락과 우환은 파도가 밀려오듯 교대로 찾아온다. 그래서 옛사람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인생살이에서 어쩔 수 없는 게 우환이라면, 우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안락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우환을 긍정적으로 맞으며 극복해 나가는 데 인간 정신의 위대..

참살이의꿈 2012.01.05

우산의 나무

‘맹자가 말하기를, 우산(牛山)의 나무가 전에는 아름다웠다. 그런데 대국(大國)의 성 밖에 있어서 도끼에 찍혀 고이 자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밤낮이 양육시키고, 비와 이슬이 적셔 주어 그루터기에 싹이 돋아났지만, 소와 양을 놓아먹이니 저렇게 벌거숭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그 벌거숭이산을 보고 우산에는 큰 나무가 있던 적이 없는 줄로 알지만, 그게 어찌 산의 본성이랴. 사람으로 태어난 자, 어찌 본디 인의(仁義)의 마음이 없었으랴. 그 양심을 잃음이 또한 도끼로 나무를 찍음과 같은 것이다. 날마다 이를 찍어내면 양심이 밤낮으로 되살아나고, 새벽 공기에 소생하나, 인의를 좋아하고 불의를 미워함이 남과 같지 못함은 낮에 하는 행위가 또 이것을 어지럽혀 잃게 하기 때문이다. 이 양심 해치기를 되풀이하면 ..

참살이의꿈 2011.07.07

觀海難水

맹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孔子登東山而小魯登太山而小天下 故觀於海者難爲水遊於聖人之門者難爲言 '공자는 동산에 올라서 노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았고, 태산에 올라서는 천하가 작다고 느꼈다.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노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관해난수(觀海難水)란'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이 온 세상인 줄 안다. 그래서 쉽게 물을 말하고 세상을 말한다. 그러나 바다를 본 개구리는 할 말을 잊는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무엇이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법이다. '觀海難水'를 책상 위에 써붙이고 내 자경의 문구로 삼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태산도 동산도 아닌 집 뒤의 작은 언..

참살이의꿈 2007.12.14

국익과 진실

'맹자가 양(梁) 혜왕(惠王)을 만났다. "어르신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겠군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시면 대부(大夫)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 가(家)에 이익이 될까?' 하고, 사(士)와 서인(庶人)들도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익이 될까?' 하게 됩니다. 이렇게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다툰다면 국가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만일 정의를 나중에 생각하고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서로를 빼앗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인의만을 말씀하셔야 합니다. 어찌 이익을 말씀하시겠습니까?"' 황우석 교수의 난자 취득 과정에 대한 최근..

길위의단상 2005.11.30

대장부

지난번에 살던 동네의 연세가 들었던 이웃 아주머니 한 분은 자신의 남편을 늘 장부라고 불렀다. 집안 얘기를 할 때면 “우리 집 장부가.......” 하는 식으로 말을 시작했다. 그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장부(丈夫)란 뜻이 다 자란 건강한 남자라는 의미 외에도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도 왠지 어색했는데 그것은 장부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어떤 호탕하고 소위 남자다운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만난 남편의 모습이 왜소하고 부드러워서 장부라는 호칭과의 거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장부가 그러한데 대장부(大丈夫)의 이미지에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영웅호걸쯤 되어야 불릴 수 있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그것은 남자라면 한때 가슴을 울렁거리..

길위의단상 200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