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3

산욕 / 나혜석

아프데 아파 참 아파요 진정 과연 아픕데 푹푹 쑤신다 할까 씨리씨리다 할까 딱딱 걸린다 할까 쿡쿡 찌른다 할까 따끔따끔 꼬집는다 할까 찌르르 저리다 할까 깜짝깜짝 따갑다 할까 이렇게나 아프다나 할까 아니다 이도 아니다 박박 뼈를 긁는 듯 쫙쫙 살을 찢는 듯 빠짝빠짝 힘줄을 옥죄는 듯 쪽쪽 핏줄을 뽑아내는 듯 살금살금 살점을 저미는 듯 오장이 뒤집혀 쏟아지는 듯 도끼로 머리를 바수는 듯 이렇게 아프다나 할까 아니다 이도 또한 아니다 조그맣고 샛노란 하늘은 흔들리고 높은 하늘 낮아지며 낮은 땅 높아진다 벽도 없이 문도 없이 퉁하여 광야 되고 그 안에 있던 물건 쌩쌩 돌아가는 어쩌면 있는 듯 어쩌면 없는 듯 어느덧 맴돌다가 갖은 빛 찬란하게 그리도 곱던 색에 매몰히 씌워 주는 검은 장막 가리우니 이내 작은 몸..

시읽는기쁨 2018.10.08

여자의 힘

여자의 힘은 자식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아내를 보니 그렇다. 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내는 생기를 회복한다. 우선 목소리 색깔이 달라지면서 먹을 걸 챙기는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참 신기한 현상이다. 수컷은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 감탄하며 질투 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우선순위에서 남편이 뒤로 밀려난 건 이미 오래 되었다. 아내는 말한다. “이젠 자식들 잘 되는 것밖에 바랄 게 없어.” 자식만 잘 살아준다면 어떤 험한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여성의 본능은 남성과는 다르다. 자신의 목숨조차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모성은 위대하다. 그것은 여자이기보다는 어머니로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길위의단상 2010.09.07

충성

요사이 할 일 없이 집에서 지내면서 출근하는 아이들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그러나 모성애라 부를 수 있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과 보살핌은 남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지나치다 싶은 면도 있다. 숫컷들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지극함이다. 직장에 다니는 두 아이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아내는 밥과 도시락을 차려 놓고 대기한다. 본인이 아무리 아파도 자식들 밥 준비만은 거르지 않는다. 어쩌다 제대로 못 먹고 가게 되면 그렇게 속 상해 할 수가 없다. 또 날씨에 따라 옷 챙기는 것도 신경 쓰고, 마을버스 시간에 맞추어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미리 눌러준다. 그리고 버스를 잘 탔는지 베란다에 나가 확인까지 해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두 아이를 그렇게 보내야 새벽 일과가 끝..

길위의단상 2009.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