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도리를 발가벗은 아가가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쪼그려 앉더니 뒤집어진 무당벌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듭니다. 무당벌레가 뒤집어지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갑니다. 아가가 우우우우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는 무당벌레를 가리키다가 자기 손가락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 무당벌레 / 김용택 어린아이는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었다고 여긴다. 하늘의 구름과 내리는 눈은 살아있지만, 정원의 꽃나무는 죽은 것이다. 뒤집어져 움직이지 못하던 무당벌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은 죽은 것이 살아나는 것처럼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자기 손가락이 닿으니 그렇게 되었다. 모든 것이 경이 그 자체다. 어린아이는 사물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을 무지하다고 부를 수도 있고, 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