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3

워낭소리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타리 영화인 '워낭소리'다. 워낭은 소의 목에 매다는 방울인데, 맑게 딸랑거리는 워낭소리는 주술처럼 우리를 유년의 고향으로 안내해 준다. 경북 봉화에 사시는 여든 살의 최 할아버지에게는 30 년을 함께 살아온 늙은 소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 년이라는데 이 소는 나이가 40 살이나 되었다. 할아버지와 소는 사람과 가축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서 농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데 할머니보다 소를 더 챙긴다고 할머니로부터 늘 불평을 듣는다. 그리고 소는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수족이 되고 농기구가 되어 온 몸을 바쳐 헌신한다. 소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삶은 힘들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잘 걷지도 못하는 소는 죽기 직전까지..

읽고본느낌 2009.02.05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뇌성마비 중증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 살 라정식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 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시읽는기쁨 2008.10.06

머위 / 문인수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 전에 망한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서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 머위 / 문인수 고향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평생을 억척스레 농사 지으며 5남매를 키우셨는데, 여든 가까이 된 나이에 자식도 손주도 곁에 없다. 어머니 역시 '자식 낳은 죄'의 업보를 쓴 외로움으로 갚아 나가신다. 늙으신 부모를 안타까워하는 자식 또한 밑의 자식을 낳은 천형을 짊어져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머위 잎처럼 쓰디쓴 맛이다..

시읽는기쁨 2007.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