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샌. 2008. 10. 6. 10:18

뇌성마비 중증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 살 라정식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 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특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최근에 유명 스타에서 지인까지 죽음을 여럿 접했다. 모두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서럽고 안타깝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라는 독백이 가슴을 때린다. 시에서 읽는 아픔이 더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삶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수 있다. 시인은 말한다. "사람의 반은 그늘인 것 같다. 말려야 하리. 연민의 저 어둡고 습한 바닥." 시를 쓰는 일은 그 그늘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늘도 햇볕에 뽀송뽀송 말리면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푸른 창공으로 비상하는 날개를 살아서도 흔들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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