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3

가물치

낚시를 좋아하는 처남이 잡은 물고기를 들고 왔다. 붕어, 잉어, 메기, 가물치로 골고루 구색을 갖추었다. 메기와 가물치는 길이가 세 뼘이나 된다. 가져올 때는 전부 살아 있었는데 아침이 되니 붕어와 잉어가 죽었다. 24시간이 지나니 메기도 죽고, 사흘째 날까지 가물치만 살아 있다. 가물치는 고무 대야를 튀어나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얼마나 힘이 센지 모른다. 잡으면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바람에 주변이 온통 물 범벅이 되었다. 내 옷도 마찬가지였다. 고기 눈을 가리면 얌전해진다는 걸 처남이 나중에야 알려줬다. 다른 통으로 옮길 때 그대로 해 보니 가물치는 거짓말처럼 고분고분했다. 밤에 물고기가 조용히 있는 이유는 잠을 자서가 아니라 캄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민물고기 요리가 싫다. 낚시도 취미에 맞지..

사진속일상 2018.05.06

장자[185]

장자는 집이 가난했다. 어느 날 장자가 감하후에게 양식을 빌리려고 갔다. 감하후가 말했다. "좋소! 내 연말에 세금을 걷으면 삼백 금을 빌려주겠소. 이제 됐습니까?" 장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말했다. "내가 어제 여기로 오는 길에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소. 내가 뒤돌아보니 수레바퀴 웅덩이에 붕어가 있었소. 나는 물었소. '붕어야,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붕어가 말했소. '나는 동해의 파도를 담당하는 신하라오. 그대는 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 나를 살려주지 않겠소?' 그래서 내가 답했소. '좋소. 내가 곧 오나라와 월나라 왕에게 유세하러 가려는데 그때 양쯔강의 물을 서쪽으로 흐르게 하여 그대를 맞이하겠소. 이제 됐습니까?' 그러자 붕어는 얼굴이 벌개지며 나에게 말했소. '나는 나의 상도를 잃고 의지할 ..

삶의나침반 2011.11.09

착한 시 / 정일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들의 이름 배우다 무릎을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 농어 새끼는 껄떼기, 조기 새끼는 꽝다리, 명태 새끼는 노가리, 방어 새끼는 마래미, 누치 새끼는 모롱이, 숭어 새끼는 모쟁이, 잉어 새끼는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는 설치, 작은 붕어 새끼는 쌀붕어, 전어 새끼는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는 팽팽이, 갈치 새끼는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이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이 시냇물이면 시냇물을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시를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 - 착한 詩 / 정일근 어린 시절 고향 마을 앞 시내는 물도 맑았고 고기들..

시읽는기쁨 201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