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화사한 라일락처럼 피어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싱싱한 웃음 몇 개를 준비해 두는 일 비가 샌 내 몸을 감쪽같이 도배하는 일 안개에서 빠져 나와 샤워하고 아, 분주해라 곰팡이 슨 그리움 한쪽도 시치미 떼며 감춰 두는 일 그가 묻더라도 내 가슴에 키운 돌미나리 몇 뿌리는 비상금처럼 숨겨두자 그가 눈치채기 전까지는 내 몸이 성냥갑이란 걸 감추고 있는 불이란 것도 절대 실토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가 내 곁에 포근한 산 그림자처럼 쓰러져 누웠을 때 잊었던 봄! 물푸레나무 푸른 잎사귀로 퍼덕퍼덕 되살아날까? 그런데, 그런데 그가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트려 오면 어떡하지? 난. -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후생에 다시 산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세상을,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