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큼이나 기다린 여름방학이었다. 참 멀리 있는 듯 했는데 어느새 곁으로 다가왔다. 기쁘다.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 때 맞았던 방학보다도 어른이 되어서 맞는 방학이 훨씬 더 기쁘고 행복하다. 무엇이 되려는 욕심이 없으니 해야 할 일도 없고, 구태여 무엇을 하려는 계획도 없다. 내 즐거움이란 그저 할 일 없음을 즐기는 것이다. 아무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텅 빈 시간이 나는 좋다. 우선은 책 몇 권 챙겨서 고향에 내려간다. 아침이나 저녁에는 어머니 따라 밭에 나가 밭일을 돕고 나머지는 게으른 나무늘보가 되고 싶다. 오늘따라 아이들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명랑하다. 아이들도 한시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플 것이다. 비록 갈 곳이 없더라도 일상을 벗어난다는 해방감은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