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게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는 이 이마를 짚거나 뒷머리를 긁는 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이 엉덩이를 꼬집는 이도 있지만 나는 배꼽에 손이 간다 낯선 이들하고도 아무리 가족호칭으로 불러도 한 가족이 될 수 없고 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사니까 진실은 천륜의 그루터기에서 나온다 싶어서 어머니와 이어졌던 흉터만 믿고 싶어서 출생시의 목청은 정직하니까 배꼽의 말은 손으로만 들리니까 이만하면 배부르다 이만하면 따뜻하다 너무 생각 말거라 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 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 배꼽에 손이 갈 때 / 유안진 지난봄 단임골에 갔을 때였다. 꽃순이와 나무꾼은 노래를 부르고는 꼭 “배꼽인사” 라고 말하면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 인상적이었다. 두 손을 공손하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