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10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

더위를 피해 오전 일찍 도서관에 다녀오다. 도서관은 청량한 매미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실내는 냉방이 잘 되어 엄청 쾌적하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사람들도 드문드문이고 한적하다. 피서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다. 그러나 나는 책을 빌린 뒤 이내 나온다. 아무래도 집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매미 소리에 끌려 나무 사이를 살피니 매미 한 마리 한창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중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위협을 느꼈는지 노래를 멈춘다. 얼른 사진만 찍고 자리를 피해주다. 더워서 그런지 밖에 나선 사람들이 적다. 요사이 우리 고장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 정도다. 저녁이 되면 28도 아래로 떨어진다. 아마 도시 한가운데라면 열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교외 지역에 사는 장점 중 하나다. 오가는 길에 배롱나무꽃이 불붙..

사진속일상 2023.08.06

여름 불꽃, 배롱나무꽃

불꽃나무로 불러도 되겠다. 꽃이 활짝 핀 배롱나무는 나무 전체가 붉은 화염으로 불타 오르는 것 같다. 여름 한낮에 배롱나무 가까이 가니 불에 데일 듯 뜨겁다. 이열치열 꽃구경으로는 배롱만 한 나무가 없겠다. 손주 데리고 의왕에 갔다 오는 길, 갈미한글공원에서 정열의 붉은 배롱나무를 만났다. 아이에게 배롱나무를 설명해주다가 문득 이름의 연원이 궁금해졌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꽃이 핀다고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데, '백일홍'이 '배기롱'으로, 다시 '배롱'으로 발음의 편의상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 그럴듯하다.

꽃들의향기 2021.08.06

흰배롱

배롱나무꽃은 한자로는 자미화(紫微花)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 계열의 꽃이지만 가끔 흰색도 보인다. 흰배롱은 백미(白微)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여름에는 붉은색 자미가 어울리지만 흰배롱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탈속한 듯 고결한 품성이 전해오는 꽃이다. 서원이나 양반가의 정원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는 걸 보면, 배롱나무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예년 이맘이면 장마가 끝나고 땡볕이 내리쬘 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배롱나무꽃이 더욱 뜨거워지는 시기지만, 올해 중부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비에 젖는 배롱나무꽃이 생기를 잃고 축 처져 있다. 장마 끝 기약은 아직 먼데, 이 긴 비가 지나면 병산서원의 배롱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꽃들의향기 2020.08.05

오죽헌 배롱나무

오죽헌에 있는 600년 된 배롱나무다. 신사임당이나 율곡 선생 생존시에도 이 자리에 배롱나무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나무는 원목의 다음 세대에 해당할 것이다. 보통 고사한 원줄기에서 돋아난 싹이 자라 새 나무로 우뚝 선다. 여름에 분홍색 꽃이 필 때를 노렸지만 이때까지 한 번도 때를 맞추지 못했다. 나무는 잎과 꽃으로 치장했을 때보다 나체일 때 진면목이 드러난다. 겨울 배롱나무는 옷을 홀랑 벗고도 당당하다. 매끄러운 살결이 세월의 무게로 주름이 졌다.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천년의나무 2019.02.20

금전 배롱나무

중국 곤명에 오삼계(吳三桂)가 1600년대에 세운 금전(金殿)이 있다. 200 톤이 넘는구리를 써서 건물을 온통 청동만으로 만들었다. 지붕도 기와도 모두 청동인 것이 특이하다. 이 금전 앞에 오래된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오삼계가 사랑하는 연인 진원원(陳圓圓)을위해 심었다고 한다.그렇다면 수령이 400년이 넘는다. 나무 모양만 보아도 그만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굵은 줄기는 대부분 썩어 없어졌고 거죽만 남았다. 크기는 작지만 괴목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 나무에는 '명수명목(名樹名木)'이라는 표찰이 달려 있다. 나무를 뜻하는 한자에는 목(木)과 수(樹)가 있다. 일반적으로 목(木)을 많이 쓰지만 수(樹)를 쓰기도 한다. 나무의 나이를 가리킬 때는 목령(木齡)이라 하지 않고 수령..

천년의나무 2011.01.12

흰배롱나무

어느 날 아침, 경복궁에 들러은행나무 아래서 쉬다가흰 꽃이 피어있는나무를 발견했다.가까이 가보니 흰배롱나무였다. 이때까지 분홍빛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만 보다가 흰색의 배롱나무는 무척 반가웠다. 흰배롱나무는 귀하다고 들었는데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더욱 그랬다.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으로 오랫동안 피는 꽃이며, 줄기의 독특한 생김새가 예로부터 귀한 취급을 받아왔다. 그래서 절이나 고가 등에서 오래된 배롱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원예목으로 사랑 받는 나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단점은 추위에 약하다는 것이다. 전에 터에다 배롱나무를 심었는데 매 겨울을 날 때마다 가지가 하나씩 상하더니 결국은 가지 반쪽이 완전히 죽어 버렸다. 그래서 중부지방에서 온전히 성한 배롱나무를 보면 그걸 키운 사람의 정성도 함..

꽃들의향기 2007.09.11

반야사 배롱나무

반야사(般若寺)는 영동군 황간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성덕왕 19년(720)에 의상의 제자인 상원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절 앞에는 개천이 흐르고 작지만 저수지도 있어 물이 풍부하다. 이곳 지형이 물 위에 뜬 연꽃 모양이라는데 문외한의 눈에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반야사에는오래된 한 쌍의 배롱나무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조선조의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주장자를 꽂아둔 것이 둘로 쪼개져서 쌍배롱나무로 되었다고 하는데, 많은 지팡이 전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전설에근거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나무의 수령을 500년으로 추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무 크기는 예상보다 작아 그 나이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다만 줄기의 생김새가 만만찮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 준다. 꽃도 많이 져서 배롱나..

천년의나무 2007.09.03

백련사 배롱나무

백련사에 들어섰을 때 다른 무엇보다 배롱나무에 눈을 빼앗겼다. 만경루 앞마당에 우뚝 서 있는 이 배롱나무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자태로 만경루의 투박하고 위압적인 모습을 잘 중화시켜주고 있었다. 수령이 약 400년이나 된다고 하니 내가 본 배롱나무 중에서도 아주 큰 편에 속했다. 붉은 꽃이 만개할 여름에 찾아왔다면 아마 더욱 장관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 배롱나무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봄에 심은 나무가 늦게까지 잎을 내지않아 죽은 줄 알았는데 여름 가까이 되어서야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리고 추위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겨울이면 줄기를 감싸주며 정성을 들였건만 약간 소홀히 했던 한쪽 줄기는 죽어 버렸다. 반신불수가 된 나무를 보며 공원에서 보는 원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배롱나무는 얼마나 많은 정성..

천년의나무 2007.05.07

목백일홍

온통 초록 세상에서 환한 분홍빛 꽃을 피우는 나무가 목백일홍이다. 남중국이 원산지인데 정식 이름은 배롱나무이고 백일홍, 또는 나무 백일홍으로도 부른다.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니 이 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피어나는 꽃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불 붙은듯 뜨겁다. 목백일홍은 꽃도 눈에 확 뜨이지만나무 줄기도 특이하다. 매끈한 줄기는 손을 대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나무 줄기만 남았을 때 보이는 조형미가 좋아서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해 주라는 당부를 들었다. 사진은 덕진공원에서 만난 목백일홍이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

꽃들의향기 2004.07.26

배롱나무에 꽃이 피다

교정에 있는 베롱나무에 꽃이 피었다.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쉼없이 이어지는 장맛비 속에서 꽃봉오리가 맺힌지는 한참되었으나 드디어 몇 몇 줄기에서 연한 붉은 색의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린지는 오래되었다. 지난 달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무를 쳐다보며 빨리 꽃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 왜냐하면 이 꽃이 피면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꽃을 '방학꽃'이라고 부른다. 앞의 동료가 푸념 섞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교사에게 방학이 없으면 모두들 미쳐버릴 것이라고, 그나마 방학이 있어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였는데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몇 달 동안 아이들과 또 행정과의 씨..

꽃들의향기 200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