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백련사 배롱나무

샌. 2007. 5. 7. 07:55



백련사에 들어섰을 때 다른 무엇보다 배롱나무에 눈을 빼앗겼다. 만경루 앞마당에 우뚝 서 있는 이 배롱나무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자태로 만경루의 투박하고 위압적인 모습을 잘 중화시켜주고 있었다. 수령이 약 400년이나 된다고 하니 내가 본 배롱나무 중에서도 아주 큰 편에 속했다. 붉은 꽃이 만개할 여름에 찾아왔다면 아마 더욱 장관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 배롱나무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봄에 심은 나무가 늦게까지 잎을 내지않아 죽은 줄 알았는데 여름 가까이 되어서야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리고 추위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겨울이면 줄기를 감싸주며 정성을 들였건만 약간 소홀히 했던 한쪽 줄기는 죽어 버렸다. 반신불수가 된 나무를 보며 공원에서 보는 원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배롱나무는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누구는 이 나무를 꼭 간지럼나무라고 소개하며 줄기를 문지르면 잎이 떨린다고 소개를 한다. 정말 그런지 몇 번 따라해 보았지만 특이한 현상을 보지는 못했다. 줄기가 사람 피부를 닮아 아마 그런 속설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배롱나무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줄기의 생김새다. 붉고 화려한 꽃과 함께 미끈한 나신을 연상시키는 이 줄기를 보면 배롱나무가 곱고 부드러운 여성의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찰에서 이 배롱나무를 많이 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스님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라는 뜻일까, 절에 심어져 있는 배롱나무를 보면 수행자들의 여유와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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