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5

한강회의 영주 나들이

한강회 네 명이 1년 만에 만나서 영주 나들이에 나섰다. 부석사와 무섬마을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향이랍시고 내가 안내하는 꼴이 되었다. 9시에 곤지암역에서 합류하여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무섬마을로 향했다. 나로서는 영주댐이 완공되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댐이 영향이 어떤지 궁금했다. 모래사장은 변함이 없었으나 물은 많이 탁해 보였다. 사람들이 무섬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 위해서다. 외나무다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무섬마을은 이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외부와 연결되었다. 내성천 모래사장은 정말 아름답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풍경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

사진속일상 2023.05.31

부석사 느티나무

서산 부석사(浮石寺)에는 느티나무가 많다. 느티나무는 계획적으로 식수한 듯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수령도 다양한 느티나무가 많아 '느티나무 절'이라는 인상이 우선 든다. 영주 부석사와 닮은 듯 하면서 다르다. 의상대사와 선묘 이야기 전설은 두 절이 똑 같다. 양쪽 다 부석(浮石)이 있다. 절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시원하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는 서산 부석사가 전설에는 더 어울린다. 바다에 몸을 던진 선묘의 넋을 위로하기에는 당나라를 마주하던 이곳이 적지였을 것이다. 절 뒤가 도비산(島飛山)이다. 야트막해서 정상까지 1시간 이내로 다녀올 수 있다. 가는 길에 느티나무 고목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에는 가벼운 산행을 겸해 찾아오고 싶다.

천년의나무 2015.01.31

부석사에서 / 도종환

오백년 천년을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가슴께에 칠해진 어지러운 원색의 빛깔들 여름이면 바다처럼 펼쳐진 산줄기에 나누어주고 가을이면 새빨간 빛깔들 뒷산 숲에 던져주고 나머지 짙게 덧칠해진 단청빛마저 마음에 걸려 바람에 던져주고 하늘에 풀어주고 세월 속에 가장 때묻지 않은 얼굴빛으로 엷어져 본래 제가 지녔던 나무 빛깔로 돌아오며 겸허해지고 담백하게 욕심을 벗어 더욱 굳세어지고 그렇게 버리면서 육백년을 지나왔으려니 백년도 백년의 절반도 다 못 살면서 더 화려하고 더 강렬할 빛깔을 지니고자 더 큰 목소리와 더욱 단단한 기둥을 거느리고자 기를 쓰다가 허세부리다가 우리들은 사바세상 티끌과 먼지로 사라지느니 진정 오래오래 사는 길은 어떻게 사는 것인지 요란한 파격은 애당초 마음에 두지 않았던 맞배지붕은 보여주..

시읽는기쁨 2010.09.29

부석사 무량수 / 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 부석사 무량수 / 정일근 해가 지지 않는다면 밝음의 의미를 모를 것이다. 꽃이 시들지 않는다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것이다. 모든 존재는 유한하고 끝이 있어서 애틋..

시읽는기쁨 200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