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모 7

올림픽공원 벌개미취

30분 정도 올림픽공원을 산책했다. 모임에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공원에 핀 꽃을 느긋하게 살펴 볼 여유는 없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눈맞춤을 한 벌개미취다. 아침에 내린 비의 흔적이 아직 꽃잎에 남아 있었다. 벌개미취를 보니 가을이 한 발짝 더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벌개미취는 가을이 왔음을, 구절초는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준다. 올가을은 고운 보라색 벌개미취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맞는다. 더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너 또한 아름답다고 여린 벌개미취가 가만히 내 귀에 속삭여주는 말을 들었다.

꽃들의향기 2024.09.02

한강을 걷다(자양역~강변역)

요사이 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더 이상 바라지 못할 정도로 맑고 밝은 하늘과 땅이다. 대기도 깨끗하며 상큼하기 그지없다. 거의 일주일 정도 기적처럼 이어지는 날씨다. 서울에서 1차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만에 한 시간여 한강변을 걸었다. 서울을 떠난 뒤로는 한강을 걸을 일이 없어졌다. 자박자박 내딛는 걸음마다 아스라하면서 쓸쓸한 추억이 되살아났다. 버드나무 그늘에 앉아 강물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쉬기도 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강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두 주 전에 뚝섬한강공원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주 행사는 끝났지만 정원 전시는 올 가을까지 계속된다. 작가가 만든 정원과 학생들이 출품한 정원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라는 명칭에 비해 내..

사진속일상 2024.06.05

물안개공원 산책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 나갔으나 고니를 보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지금 제일 많은 고니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달 초에 마실 나간 고니가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텅 빈 경안천이 쓸쓸했다. 발길을 물안개공원으로 돌려 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어제 비와 눈이 내린 덕분인지 대기와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명했다. 영상의 기온으로 땅에는 눈의 흔적이 없지만 산에 내린 눈은 아직 남아 있었다. 이마저도 하루이틀이 지나면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연밭이 있는 곳에서는 오리들이 식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정물화 가운데서 오리들의 기운찬 동작이 돋보였다. 산책하며 나눈 대화 중에 '시절인연'이란 말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저 오리의 날갯짓 하나도 귀하고 소중하다. 생명붙이를 비롯한 모든 만남에..

사진속일상 2024.02.16

늦가을의 서울식물원

모임이 있는 마곡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전철 정거장까지 한 시간가량 걸은 것을 포함하면 총 세 시간이 걸렸다. 전철은 경강선, 신분당선, 9호선을 타야 했다. 그렇게 지하에 있는 동안 살짝 눈이 뿌렸던 모양이다. 첫눈을 맞았다고 들뜬 사람이 있었다. 지상으로 나왔을 때 눈은 다 녹았고, 보도는 물기만 젖어 있었다. 이걸 첫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환담을 나누고, 그리고 늦가을의 서울식물원을 돌아보았다. 개원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처음 와 본 식물원이었다. 식물원이기보다는 잘 꾸며진 도시공원이었고, 주변의 현대식 건물들과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식물원의 중심 시설은 대형 온실이다. 이곳에서는 지중해와 열대 지방에 위치한 세계 12개 도시 식물과 식물 문..

사진속일상 2023.11.18

경안천의 고니와 기러기

서울에서 벗이 내려와 경안천에서 같이 고니와 기러기를 보았다. 아직 얼음이 얼은 채로 있어 고니가 많이 있지는 않았다. 내일 입춘이 지나고 날씨가 더 풀어지면 떠날 채비를 하는 고니와 기러기가 이곳으로 모일 것이다. ▽ 큰고니 ▽ 큰부리큰기러기 ▽ 청둥오리 고니나 오리 종류는 얼음이 녹아 있는 곳을 찾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반면에 기러기는 얼음 위에서 무리를 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경계하는 몸짓이 완연했다. 이제 한 달 뒤면 얘들은 북쪽 땅을 찾아 떠나갈 것이다.

사진속일상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