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나무 2

간월암 사철나무

간월암(看月庵)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떠오르는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그전에는 피안도(彼岸島) 또는 연화대(蓮花臺)로 불렸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된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해서 오늘에 이른다. 간월암 경내에 250년 된 사철나무가 있다. 높이는 3.5m인데 더는 위로 자라지 못한다. 줄기 가운데 부분은 상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줄기에서는 연륜이 느껴지지만 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2백 년이 넘은 사철나무는 처음 본다. 간월암에는 사철나무 외에 15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간월암을 멀리서 보면 여러 그루의 팽나무가 호위하고 있는 듯 하다. 간월암 풍경을 살려주는 데 나무가 큰 몫을 하는 건 물론이다.

천년의나무 2016.04.20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깨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

시읽는기쁨 200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