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 7

다읽(11) - 월든

이번에 수문출판사에서 안정효 선생의 번역본이 나왔다. 새로운 번역은 어떤 맛일까 싶어 책을 사서 읽었다. 책 제목은 소로우의 원제 그대로 써서 이다. 을 다시 읽으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2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 책장에 있는 책 중에서 다섯 권을 남기라면 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했으며 지금도 역시 귀한 책이다. 내 내면의 북소리가 울릴 때 그 울림을 외면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책이 이다. 그리고 이 책에 스며 있는 '월든 정신'을 나는 사랑한다. '월든 정신'은 소로우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 잘 나와 있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까닭은 인생을 생생하게 의식하며 살아가고, 삶의 본질적인 면목들만 접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읽고본느낌 2021.06.19

<월든> 두 권이 오다

주문한 두 권이 왔다. 한 권은 은행나무에서 펴낸 책으로 50만 부 특별판이다. 1993년 초판이 나온 이래 그동안 50만 부가 출판되었다니 대단한 기록이다. 기념이 될까 해서 소장본으로 샀지만 근간에 만나게 될 책을 좋아하는 후배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다른 한 권은 안정효 선생이 새로 번역한 이다. 수문출판사에서 이번에 처음 나온 책이다. 새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 보고 싶어 구입했다. 은 내 사추기(思秋期) 때 살아갈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책이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아련히 가슴이 저며온다. 한 권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 이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은 소로우의 을 만났기 때문이다. 탓이라고 해야 할지,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정효 선생이 번역한 을 읽고 있다. 정말..

사진속일상 2021.06.09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제주도에 있는 동안 틈틈이 읽었던 책이다. 어린 시절을 소로와 함께 지낸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이 자신이 직접 지켜본 소로에 대해 썼다.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이성보다는 감성을, 인간보다는 자연을 중시하는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여러 직업을 가졌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산책하고 독서하며 글을 쓰는데 보냈다. 1845년에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의 실험적인 생활을 했다. 소로의 자유와 자연주의 정신은 그때의 경험을 쓴 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지금의 내가 된 데는 소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40대 중반에 읽었던 은 여주 밤골로 내려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 후로도 은 서너 차례나 더 읽었..

읽고본느낌 2013.12.17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1846년 7월에 노예제와 멕시코 전쟁을 반대하면서 세금 납부를 거부하다가 감옥에 들어간다. 세급 납부를 거부한 이유는 자신이 낸 돈이 노예를 사는데 쓰이거나, 사람을 죽이는 총을 만드는데 쓰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친척이 세금을 대납해서 그는 하루 만에 풀려났지만 이 일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이 사건에 관계된 그의 강연 내용을 후에 책으로 출판한 것이 유명한 '시민의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이다. '시민의 불복종'에 나타난 그의 사상은 톨스토이나 간디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권의 폭력에 대한 저항 정신의 원류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소로우의 글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현 정권의 폭력이 도를 지나친다는 느낌..

읽고본느낌 2009.07.08

창 밖의 가을

사무실 창 밖으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여기는 북악산과 잇닿아 있어서 비록 산 속에 들지 않더라도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은 온갖 나무들이 차례로 가을물이 들면서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풍경을 가까이서 접한다. 봄이 생명의 축제며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반대로 소멸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가을 속에서 생각이 깊어지고 다들 철학자가 된다. 가을 산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쓸쓸함에는 분명 우리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구경거리는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구별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시각에 주는 즐거움은 말 할 필요..

사진속일상 2005.11.02

수도자에게 보낸 편지

‘수도자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소로우의 향기를 다시 맡는다. 소로우의 글은 탁한 세상에서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청량한 솔바람이다. 삶에 지치고 답답할 때 그의 글을 읽으면 새로운 생기가 돋는다. 그의 글은 살아있다. 내용을 떠나 아름다운 영혼의 옆에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행복하다. 1847년 소로우의 나이 30세 때 그는 월든 호수에서의 오두막 실험 생활을 마치고 콩코드로 돌아온다. 그 1년 뒤부터 블레이크라는 친구와 13 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소로우가 블레이크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이 이 책이다. 블레이크가 세속적인 삶에 환멸을 느끼고 영적으로 굶주려 있을 때 더 진실하고 더 순수한 삶의 방법을 묻는 편지를 소로우에게 부치면서 두 사람의 편지는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진리를..

읽고본느낌 2005.06.04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달력이 숨 가쁘게 휙휙 넘어갑니다.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싶으면 어느덧 주말이 다가와 있고, 월초다 싶은데 어느 순간 월말이 되어 있음에 놀랍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가 그런 느낌을 더해줍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탁상 달력에는 간디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그림과 함께 신영복님의 ‘진보는 단순화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매일 이 글을 보며 한 달을 지냈습니다. 짧은 한 줄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한 때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 시끄러웠습니다만,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정치판에서 서로 싸우는 모습은 비슷한 도토리들이 서로 자기 키가 더 크다고 다투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서울 시장이 대학 강연을 다니..

참살이의꿈 200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