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창 밖의 가을

샌. 2005. 11. 2. 12:23



사무실 창 밖으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여기는 북악산과 잇닿아 있어서 비록 산 속에 들지 않더라도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은 온갖 나무들이 차례로 가을물이 들면서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풍경을 가까이서 접한다.

 

봄이 생명의 축제며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반대로 소멸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가을 속에서 생각이 깊어지고 다들 철학자가 된다.

 

가을 산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쓸쓸함에는 분명 우리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구경거리는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구별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시각에 주는 즐거움은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같은 바람이더라도 각 계절에만날 수 있는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지금 같은 때,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사람살이의 무상함에가슴을 내어줘 보자. 한 줌 먼지만도 못한 것들에 아둥바둥거리며 살아왔음에 한 순간 해탈이라도 얻을지 모르지 않는가?

 

생각하면 할 수록 자연이 주는 선물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기만 하다. 어떨 때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하늘과 땅이 주는 이 풍요로운 선물을 만끽하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 이 자리에 있다.

 

소로우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각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그 계절 속에 살라

그 계절의 공기를 들이켜고

그 계절의 음료를 마시며

그 계절의 과일을 맛보라

모든 바람을 맞으라

땀구멍을 열고 모든 조류(潮流) 속에

자연의 모든 냇물과 대양 속에 멱을 감으라

봄과 함께 따뜻해지고

가을과 함께 노랗게 익어가라

각 계절의 영향력을 보약처럼 들이키라

그것이야말로 당신을 위해

특별히 조제된 진정한 만병통치약

자연은 건강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으며

각 계절은 건강의 각각 다른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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