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과 용마산을 종주하다. 창우동-호국사-검단산-용마산-거문다리(10/22, 10:30-15:30)
하남에 있는 검단산(黔丹山, 657m)과 용마산(龍馬山, 596m)은 서로 이웃해 있는 산이다. 천천히 걸어서 1 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두 산 사이의 능선길이 팔당호를 옆에 끼고 있어 아주 좋다. 나무들 때문에 전망이 열려 있지는 않으나 가끔씩나타나는 아랫 마을의 풍경이 시원하다.
검단산은 그 이름으로 봐서 백제 시대의 검단선사(黔丹禪師)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하는데, 만약에 그런 유적이라도 나온다면 대단한 발견이 될 것 같다.
특히 검단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남한강과 북한강과 만나는 양수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팔당댐으로 인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다. 강을 따라서 서울과 양평을 이어주는 국도가 길게 뻗어있다.
이 산에 있는 나무의 주종은 참나무 종류이다. 이제 노랗게 변색되어 가고 있다. 비록 단풍의 화려한 색깔은 아니지만 도리어 수수한 이런 가을 색깔이 더욱 운치가 있어 보인다.
아래로 보이는 중부 고속도로 하행선은 서울을 빠져 나가려는 차들로 잔뜩 정체가 되어 있다. 한때는 매년 설악산의 단풍을 보러 사람들의 북적거림 속에 같이 휩쓸렸지만 이제는 이런 호젓한 산길이 훨씬 낫다. 나에게는 홀로 있을 때가 제일 마음 편하다.
발 밑에서 사그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 조용히 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만이 친구가 되어 준다. 아무도 없지만 모든 것을 가진 듯 마음은 너그럽고 풍요로워지는 시간이다.
그저께 가을비가내린 뒤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긴 옷을 두 개나 입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금방 몸이 차가워진다. 어제 설악산에는 올 첫 눈이 내렸다고 한다.
계절의 변화가 무척 빠르다. 한 해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바빠지고 이유 없이 무언가에 자꾸 재촉을 받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런 느낌 조차도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산에서 배운다. 한 생을 마감하는 저 나뭇잎은 가벼워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