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에 들어가는 둘째의 짐을 실어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봉화산에 들렀다. 봉화산은 서울의 북동쪽에 있는 높이 131m의 자그마한 야산이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사방으로 아파트가 들어서 도심의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고립된 녹색 섬이 되었다.
약 20여 분 정도만 걸으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데 정상에는 '아차산 봉수대'라고 부르는 봉화대를 복원해 놓았다. 원래 이 산 이름이 아차산이었다는데 조선시대 함경도 경흥에서 시작하여 강원도를 거쳐온 제1봉수로의 마지막 지점이 이곳 아차산 봉수대였다고 한다. 여기서 바로 남산으로 연결된 것이다.
전에 서울을 떠날 생각을 하면서그 해 여름에 서울과 서울 근교에 있는 모든 산들을 다녀 본 적이 있었다. 산 이름이 붙은 곳은 아마 거의 다 찾아보았을 것이다. 그때 몇 개 못 가본 산 중의 하나가 이 봉화산이었다. 산길을 걸으며 그때의 열정이 떠올라 쓴 웃음이 나왔다.
산길은 잘 정비가 되어 있고,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휴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았으나, 샛길은 인적도 드물고 조용해서 늦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북쪽 사면의 나무들은 이미 나뭇잎을 대부분 떨군 상태였다.
오늘 새벽에 가을비가 내렸는데도 산에서 바로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흐리며 잘 보이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황사 때문이라고 한다. 오후에는 황사주의보까지 발령된 모양인데 11월의 황사는 이례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이나 목이 조금씩 따끔거리며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젠 설마 황사까지 전천후로 우릴 괴롭히려는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