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북관대첩비

샌. 2005. 11. 19. 10:22



지난달에 일본에서 반환된 북관대첩비가 경복궁 뜰에서 공개되고 있다.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는 임진왜란 때 북평사(北評事) 정문부(鄭文孚) 선생이 의병을 일으켜 함경도 길주, 백탑교 등지에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병들을 격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길주에 세워졌던 승전비이다.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이 지역에 주둔한 일본군 이케다 마사스케(池田正介) 소장이 이 비석을 읽어보고 자기네 조상들의 패전 기록을 알게 되자 이 비석을 뽑아 일본으로 보내버렸다. 그 후 이 비석은 일본 황실에서 보관하다 야스쿠니 신사로 옮겨졌다.

 

한참동안 잊혀졌던 이 비석은 뜻있는 개인들에 의해서 반환운동이 일어나고, 유배생활 10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비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하던 어느 스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 분들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이국땅의 전범들이 모셔진 곳에 아직 팽개쳐져 있을 것이다.

 

못난 후손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의 야만성에 더 화가 난다. 자신의 나라와 문화가 소중하면 마땅히 다른 나라의 주권이나 문화도 귀하게 여겨야 하거늘, 탑도 뜯어가고 무거운 비석도 들고 갔으니 다른 문화재야 오죽했으랴 싶다. 아직도 7만여 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가 외국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이런 강탈은 일제뿐이 아니고 힘 있는 모든 나라가 저지른 짓이었다. 나폴레옹은 이집트의 거대한 오벨리스크까지 자기 나라로 실어갔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가 이런 침략과 살육과 약탈로 되어있다.

 

지난달에 우리의 새 국립박물관이 개관했지만 그곳에 다른 나라에서 빼앗아온 문화재가 없다는 사실이 어쩌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새 받침대와 머릿돌로 단장한 북관대첩비에는 수백 년에 걸친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내년이면 북한에 있는 제 자리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때가 되면 이 비석도 고향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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