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차 없는 남산순환로

샌. 2005. 11. 20. 08:46

마침 남산 아래서 열린 친지의 결혼식에 참석한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남산 순환로 길을 걸어보다. 국립극장 입구에서 시작된 북쪽 순환로인데 이 길은 10여 년 전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보행로로 시민들에게 개방된 길이다. 금년 봄에 다시 남쪽 순환로까지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이제 남산 둘레를 따라 온전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사실 서울 시민이 일부러 남산을 찾기는 드물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차량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남산 식물원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다른 길은 보도가 없는 차도 뿐이라 매연을 마시며 차를 피해 위험하게 걷기는 어려웠다. 옛날에 잠깐 걸어보며 이 좋은 길을 보행자 전용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실현이 된 것이다.

 



시내에서 잠깐 올아왔을 뿐인데도 마치 산 속에 들어온 듯 길은 조용하다. 깊 옆으로는 늦은 단풍이 아직 곱다. 외국인도 많이 눈에 띄고, 특이한 것은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보인다. 길이 넓고 한가하니 그분들이 산책하기에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아직도 보기 흉한 옛 철망이 그대로 남아있고, 다니는 길외에는 시민들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걸어가며 식물 공부를 할 수 있는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차선이 그려져 있는 바닥의 아스팔트 길도 걷어내고 흙길, 또는 부드러운 소재를써서 포장한길로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산은 생태적으로는 완전히 고립된 섬이다. 그것도 사방이 매연과 소음으로 둘러싸인 최대의 악조건이다. 남산 주변 정리, 차량 통행 금지로 이어지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울창했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들이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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