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샌. 2013. 12. 17. 10:43

제주도에 있는 동안 틈틈이 읽었던 책이다. 어린 시절을 소로와 함께 지낸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이 자신이 직접 지켜본 소로에 대해 썼다.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이성보다는 감성을, 인간보다는 자연을 중시하는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 여러 직업을 가졌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산책하고 독서하며 글을 쓰는데 보냈다. 1845년에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의 실험적인 생활을 했다. 소로의 자유와 자연주의 정신은 그때의 경험을 쓴 <월든>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지금의 내가 된 데는 소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40대 중반에 읽었던 <월든>은 여주 밤골로 내려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 후로도 <월든>은 서너 차례나 더 읽었을 정도로 나에게는 새 삶의 지침서가 되었다. <월든> 외에도 소로의 책은 출판된 건 거의 다 찾아 읽었다.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은 1900년대 초에 나온 책으로 소로와 함께 지냈던 사람이 직접 소로를 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시 소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던 것 같다. 소로의 사상이 독창적이지 않다거나, 정부를 믿지 않고 애국심이 없다는 등의 비난이었다. 교사 시절에 학생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매질했다거나, 월든 호수에 살면서 실제로는 남의 식탁에 빌붙었고, 자기 어머니의 찬장에서 반찬을 가져갔다는 자질구레한 것도 있었다. 또, 소로는 사업에 열중하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을 벌지 않은 게으르고 이기적인 인간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은이는 이런 것들이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설명하며 소로를 변호한다.

 

이 책이 특별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지만 소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은 된다. 소로를 무조건 영웅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소로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 소로가 지향했던 삶의 방식은 식물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이었다. 당시의 도전과 팽창 시대에 소로의 삶이 대중들에게 괴팍하게 비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로는 마흔넷의 이른 나이에 죽었는데 그의 마지막에 관한 일화가 책에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몇 달 동안은 집안에서만 지냈는데 죽음을 앞두고도 쾌활하며 다정했다고 한다. 병 문안을 갔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즐겁게 그리고 평화롭게 죽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독실한 캘빈교파인 이모가 "헨리야, 하느님과는 화해했니?"라고 물었더니 소로는 "이모님, 우리가 언제 싸운 적이라도 있었나요?"라고 명랑하게 대답했다고도 한다.

 

<월든>에 나오는 한 구절을 옮겨 본다.

 

"누구든 자신의 꿈을 좇아 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자신이 상상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그는 예기치 않은 평범한 시간에 성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것들은 뒤에 버려두고, 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서기도 할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더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위와 내부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니면 낡은 법칙들이 그에게 맞게 더욱 자유로운 의미로 확대되고 해석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더 높은 존재의 질서 속에 살아가는 면허를 얻게 될 것이다. 삶을 단순화하면 할수록 세계의 법칙은 덜 복잡해질 것이고, 고독이 고독이 아니며, 가난이 가난이 아니고, 유약함이 유약함이 아니게 될 것이다. 허공중에 누각을 지었더라도, 그대의 일은 허사이지 않으니, 거기가 그것들이 있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아래 기초을 놓으면 될 일이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0) 2014.01.13
삶이란 무엇인가  (0) 2014.01.06
1984  (0) 2013.11.26
그래비티  (0) 2013.11.17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0) 201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