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 슬퍼할 수 없는 것 / 이성복 히말라야와 산티아고를 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과는 달라졌다. 전에는 마음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몸의 문제다. 12년 전에 찍었던 히말라야 사진을 보면서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인한다.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바로 지금 내 심정이다. 이런 경계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종내는 슬퍼할 수조차 없는 때가 찾아올 것이다. 늙음이든, 병이든, 집안의 변고든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어찌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