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더딘 사랑 / 이정록

샌. 2007. 4. 22. 07:31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더딘 사랑 / 이정록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역시 다르다. 달의 차고 이지러지는 것을 윙크라고 보다니. 그렇다면 달의 윙크에 대한 지구의 대답은 무엇일까? 연모의 감정이 너무 뜨거워 화산으로 터져나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조바심치고 수선스러운 것은 지구상의 작은 인간들밖에 없는 것 같다.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리는 더딘 사랑은 속전속결의 인간들 사랑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마치 우리가 하루살이의 바쁜 날개짓을 바라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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