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 이거
우주 기적 아녀
- 발작 / 황지우
오늘 아침, 초록으로 가득해진 창 밖을 바라보며 옆의 후배가 5월을 '신(神)의 계절'이라고 불렀다. "그래, 맞아! 지금은 축복의 시간, 기적의 시간이야!"
창 밖의 초록빛에 나는 아득해진다. 내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으로 나는 또 아득해진다.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지라도,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이 풍요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래도 계속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움은 아무 형체도 없이 안개처럼 피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시각적 모양을 갖추며 불현듯 눈 앞에 나타난다. 그녀가 초록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그래, 초록잎이 돋아나는 것도 그리움 때문일 거야. 그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나무는 저렇게 초록 꿈을 피우고 있을 거야.
그립다는 것은 쓸쓸하다는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쓸쓸하고 아득하고 슬픈 존재들이다. 오늘은 시의 첫 구절이 아리게 다가온다.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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