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처음 나온 게 1987년이었으니 벌써 26년이나 되었다. 그때는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읽어보지를 못했고, 세상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의 세월이 흘러서야 인연이 맺어졌다. 숲에서는 숲을 볼 수 없듯이 이렇게 좀 떨어져서 80년대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양귀자의 은 2년에 걸쳐 문학잡지에 연재된 11개의 소설로 된 연작집이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 부천 원미동(遠美洞)에서 작가 자신이 살면서 동병상련한 이웃 이야기를 그렸다. 개발시대를 대표하는 원미동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동네였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인간을 얼마나 피폐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침통한 심정과 분노에 가까운 감정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원미동 사람들에게 삶은 살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