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왕 10

장자[203]

"우리가 들은 바로는 옛 선비들은 치세를 만나면 벼슬을 피하지 않고 난세를 만나면 구차한 삶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천하가 어두워지고 주나라 덕은 쇠미하니 주나라에 병합되어 내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속세를 피하여 내 행실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북으로 수양산에 이르러 이윽고 굶어 죽었다. 백이숙제를 따르는 자는 부귀를 구차하게 얻을 수 있다 해도 반드시 취하지 않을 것이며 고고한 절의와 엄정한 행실로 자기 뜻을 홀로 즐거워하며 속세를 섬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절조다. 吾聞古之士 遭治世不避其任 遭難世不爲苟存 今天下闇 周德衰 其竝乎周以塗吾身也 不如避之以潔吾行 二子北至於首陽之山 遂餓而死焉 若伯夷叔齊者 其於富貴也苟可得已 則必不賴 高節戾行 獨樂其志 不事於世 此二子之節也 - 讓王..

삶의나침반 2012.04.15

장자[202]

순임금이 천하를 북인 무택에게 선양하려 했다. 무택이 말했다. "그대의 사람됨은 이상하군! 밭도랑에서 살다가 요임금의 문하에서 노닐더니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욕된 행동으로 나까지 더럽히려 하는구려! 나는 그대를 보는 것조차 수치스럽다네." 이 말을 남기고 청령의 연못에 투신자살했다. 舜以天下讓其友北人無澤 北人無澤曰 異哉后之爲人也 居於견畝之中 而遊堯之門 不若是而已 又欲以其辱行漫我 吾羞見之 因自投淸冷之淵 - 讓王 10 문맥으로 볼 때 순임금과 무택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순이 요임금의 뒤를 이어받기 전까지는 둘은 같은 길을 가던 도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순이 임금이 되면서 둘의 길은 정반대로 갈라졌다. 무택은 틀림없이 현실 지향적인 순을 경멸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는 친구의 말에 ..

삶의나침반 2012.04.08

장자[200]

공자가 안회에게 일러 말했다. "회야! 집은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면서 왜 벼슬하지 않느냐?" 안회가 답했다. "벼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성 밖에 오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죽을 먹을 수 있으며 성안에 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삼베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북과 거문고는 스스로 즐겁고 스승의 도를 배우니 스스로 즐겁습니다." 공자는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내 듣건대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 때문에 스스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이익을 잃어도 두렵지 않고 마음을 수양한 자는 벼슬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암송한지 오래였으나 지금 너를 통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복이다." 孔子謂顔回曰 回來 家貧居卑 胡不仕乎 顔..

삶의나침반 2012.03.23

장자[199]

원헌이 노나라에 살 때 한 칸의 움집 방에 생풀로 지붕을 이었고 쑥대로 엮은 문은 불안했고 뽕나무로 지도리를 삼았고 깨진 독으로 창문을 만든 방이 둘인데 헌 옷으로 막았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는 습한데 바르게 앉아 비파를 타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을 타고 감색 바탕에 겉은 흰 줄이 있는 옷을 입고 수레가 다닐 수 없는 골목이라 걸어서 원헌을 찾아왔다. 원헌은 화산관을 쓰고 발뒤축이 없는 신발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서 맞이했다. 자공이 물었다. "오! 선생은 어찌 병색이오?" 원헌이 응답해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통이라 합니다. 지금 저는 가난할 뿐 병통이 아닙니다." 자공은 우물쭈물하면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원헌은 웃으..

삶의나침반 2012.03.16

장자[198]

왕은 사마자기에게 말했다. "설은 양 잡는 비천한 처지에 살지만 의를 진술함에 심히 고상하오. 사마께서 나를 위해 그에게 재상의 지위를 받도록 인도하시오!" 설이 말했다. "삼정의 지위가 양 도축업의 우두머리보다 높은 줄 알고 만종의 녹이 양 도축업의 이익보다 부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제 어찌 작록을 먹음으로써 우리 왕이 잘못 베풀었다는 오명을 받게 하겠습니까? 저는 감당할 수 없으니 원컨대 도축장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끝내 그는 상을 받지 않았다. 王謂司馬子기曰 屠羊說居處卑賤 而陳義甚高 子기爲我延之 以三旌之位 屠羊說曰 夫三旌之位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 萬種之祿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 然豈可以食爵祿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 說不敢當 願復反吾屠羊之肆 遂不受也 - 讓王 6 초나라 소왕(昭王)이 나라를..

삶의나침반 2012.03.12

장자[197]

열자 선생은 궁색하여 용모에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다. 객이 이에 대해 정나라 재상 자양에게 간언을 했다. "열자는 모두가 도를 지닌 선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군자의 나라에서 살면서 궁색하니 군자께서 도움을 주시지 않는다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자양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관리에게 명하여 그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열자 선생은 사자를 접견하고 재배한 후 곡식을 사절했다. 사자가 떠나고 열자가 방에 들어오자 그의 처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이 듣기로는 도인의 처자는 다 편안하게 산답니다. 지금 우리는 굶주리는 처지에 마침 군주께서 과분하게도 선생에게 양식을 보내셨는데 선생은 이를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 선생은 웃으면서 처에게 일러 말했다. "군주는 ..

삶의나침반 2012.03.05

장자[196]

오늘날 세속의 군자들은 몸을 위한다면서 생명을 버리고 외물을 좇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닌가? 무릇 성인이 활동함에는 반드시 그 지향하는 목표와 행위의 수단을 살핀다. 여기 한 사람이 수나라의 구슬로 벼랑 위의 참새를 쏜다면 반드시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 쓰는 비용은 무겁고 그 목적은 가볍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명은 어찌 수나라 구슬의 무거움 따위에 비교하겠는가? 今世俗之君子 多爲身 棄生以殉物 豈不悲哉 凡聖人之動作也 必察其所以之 與其所以爲 今且有人於此 以隨侯之珠 彈千인之雀 世必笑之 是何必 則其所用者重 其所要者重 夫生者 豈特隨侯之重哉 - 讓王 4 '수나라의 구슬'[隨侯之珠]은 수나라 임금이 뱀을 살려준 공으로 얻었다는 천하에서 가장 진기한 보물이다. 이 구슬을 참새를 잡..

삶의나침반 2012.02.24

장자[195]

월나라 사람들은 삼대에 걸쳐 그들의 군주를 죽였다. 왕자 수는 그것을 근심하다가 도피하여 단혈에 숨어버리니 월나라는 군주가 없게 되었다. 왕자를 찾았지만 알지 못하다가 단혈까지 가게 되었으나 왕자는 굴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풀을 베고 연기를 피워 그를 왕의 수레에 오르게 할 수 있었다. 왕자 수는 군주가 되기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군주의 환난을 싫어한 것이다. 왕자 수는 나라를 위해 생명을 손상시키지 않을 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월나라 사람들은 그를 군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越人三世弑其君 王子搜患之 逃乎丹穴 而越國無君 求王子搜不得 從之丹穴 王子搜不肯出 越人薰之以艾 乘以王輿 王子搜非惡爲君也 惡爲君之患也 若王子搜者 可謂不以國傷生矣 此固越人之所欲得爲君也 - 讓王 3 춘추시대 때 개자추(..

삶의나침반 2012.02.03

장자[194]

태왕 단보가 빈에서 살 때 북적이 침입했다. 가죽과 비단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개와 말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주옥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았다. 북적이 요구하는 것은 땅이었다. 태왕이 말했다. "남의 형과 같이 살고자 그 동생을 죽이고 남의 부모와 함께 살고자 그 아들을 죽이는 짓은 나로서는 차마 할 수 없다. 그대들은 모두 그냥 머물러 살도록 노력해 보라. 내 백성이 되는 것과 북적의 백성이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내가 들은 바로는 기르는 수단 때문에 길러야 할 주체를 해치지 말라고 했다." 태왕이 지팡이를 짚고 빈을 떠나자 백성들이 줄지어 그를 따랐다. 그래서 기산 아래에 새로운 나라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태왕이야말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太王亶父居빈 ..

삶의나침반 2012.01.28

장자[193]

순임금은 천하를 선권에게 선양하려 했다. 선권은 말했다. "나는 우주의 중앙에 서 있다. 겨울에는 모피를 입고 여름에는 갈포를 입으며 봄에는 밭 갈고 씨 뿌리며 몸은 만족스럽게 노동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하며 몸은 만족스럽게 휴식한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며 천지에 소요하니, 마음과 뜻이 만족하거늘 내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슬프다! 그대는 나의 이 행복을 알지 못하다니!" 선권은 천하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속세를 떠나 버렸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그가 있는 곳을 아는 이가 없었다. 舜以天下讓善卷 善券 曰 余立於宇宙之中 冬日衣毛皮 夏日衣葛치 春耕種 形足以勞動 秋收斂 身足以休息 日出而作 日入而息 逍遙於天地之間 而心意自得 吾何以天下爲哉 悲夫 子之不知余也 遂不受 於是去 而入深山 莫知..

삶의나침반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