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 3

다읽(17) - 동물농장

학창 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동물들의 삽화가 들어간 책이었다. 완전한 번역본이었다기보다 다이제스트 판이었는지 모른다. 주인에게 반란을 일으킨 동물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50여 년이 넘어 다시 읽어보니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냉소적인 정치 풍자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반골의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사회주의자로서 러시아 혁명에 기대를 걸었으나 스탈린이 정권을 잡고 저지른 만행에 환멸을 느꼈다. 마르크스가 역사의 필연으로 예견한 노동자와 인민의 낙원은 한 사람의 권력 야욕 앞에서 무참하게 스러졌다. 그는 부패하는 혁명의 과정을 똑바로 목격했다. 을 통해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혁명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시민이 필..

읽고본느낌 2023.02.19

1984

젊었을 때 읽은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1984년이 다가올 미래였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다. 소설에서 그린 것과 같은 1984년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래에 대해 자꾸 비관적이 되는 건 왜일까? 시절이 더 수상해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더 사실적으로 보게 된 탓일까? 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개인의 마음까지 당이 장악한다.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세 초강대국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계급사회다. 오세아니아는 맨 꼭대기에 빅 브라더가 있고, 그 밑에 당원이 있으며, 하층의 노동자 계급으로 되어 있다. 세 나라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지만 이는 공포를 조성하여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아예 인간성을..

읽고본느낌 2013.11.26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흥미로운 인물이다. 오웰은 인습과 관성을 거부한 작가였다. 사립 명문인 이튼 출신으로서 대학을 포기하고 당시 식민지였던 버마 경찰이 되었고, 뒤에는 안정된 간부직을 마다하고 자발적으로 부랑자가 되어 밑바닥 생활을 체험했다. 스페인 내전 때는 공화국 편의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런던에 있을 때도 문단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골 마을에서 텃밭을 일구는 살아가는 쪽을 택했고, 2차대전 후 명사가 되었을 때도 한적한 섬에서 은거하며 지냈다.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29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세상을 보는 그만의 예리한 통찰을 읽을 수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따스한 인간의 정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읽고본느낌 201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