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6

보훈공원 무궁화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주변에서 무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무궁화는 나라꽃이라는 특별한 지위만큼 사랑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예전에 무궁화를 키우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말렸다. 진드기 같은 벌레가 많이 꼬여서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무궁화는 꽃은 아름답지만 꽃나무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가로수로도 심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동네 보훈공원에 가면 조형물 둘레로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지난달부터 두 달 가까이 연이어 피고지고 하는 무궁화를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새 꽃봉오리가 만들어지고, 일찍 피었던 다른 쪽에서는 씨가 맺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무궁화는 '무궁'하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 쉼 없이 피고지고 또 피고 하는 것이 우..

꽃들의향기 2024.08.09

사랑의 찬가 / 에디뜨 피아프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사랑이 매일 아침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내 몸이 당신의 손 아래서 떨고 있는 한세상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내게는 대단한 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만약 당신이 나를 원하신다면세상 끝까지라도 가겠어요금발로 머리를 물들이기라고 하겠어요만약 당신이 그렇게 원하신다면하늘의 달을 따러, 보물을 훔치러 가겠어요만약 당신이 원하신다면조국도 버리고, 친구 버리겠어요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준다면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비웃는다 해도나는 무엇이건 해 내겠어요만약 어느 날 갑자기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고 해도만약 당신이 죽어서 멀리 가 버린다 해도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

시읽는기쁨 2024.07.30

간절함이 통(通)하다

코로나 때문에 개최할 수 있느니 마느니 하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어 열리고 있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고, 시상식 때 메달도 본인이 직접 목에 거는, 코로나 시대의 특이한 올림픽이다. 손주가 찾아온 그저께 저녁에는 구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 여자 배구가 같은 시간대에 경기가 벌어졌다. 나는 축구와 야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처음부터 여자 배구만 봤다. 특히 여자 배구는 한일전이라 더 흥미로웠다. 참가 16개국 중 객관적 실력으로 우리나라는 하위권이다. 세계 랭킹이 우리나라가 14위, 일본이 5위다. 승리할 가능성이 낮으니 지상파 TV에서 중계를 안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일전은 드러난 실력만으로 판가름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4세트까지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마지막 5세트에 들..

길위의단상 2021.08.02

하나씩 차근차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분위기였다.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한반도를 감쌌다. 다행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고,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단일팀이 만들어졌다. 예술단과 응원단도 내려왔다. 갈등의 구조는 여전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북에서 내려온 대표단은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보여 반갑다. 10일 저녁에 남북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었다. 남북의 지도자들이 일반 관람석에 나란히 앉아 응원했다. 남과 북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환호하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불과 한 달 전만 해..

길위의단상 2018.02.13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

리우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전에 비해서 올림픽 열기가 덜한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성숙해 가고 있다는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이젠 메달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올림픽이 오염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무대는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할지라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나라 어느 선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그래서 저도 함께 즐기려고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아름답다. 너무 금메달에 집착하면 추해 보인다. 차라리 아름다운 패배가 더 멋지다. 이번 리우올림픽 성화 ..

길위의단상 2016.08.20

올림픽 단상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면 외국 선수의 직업이 소개될 때가 있다. 유럽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교사, 소방관, 검찰관 등 다양하다. 우리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하고 몇 년간 운동에만 전념하며 전문 훈련을 받는다. 외국 사정을 잘 모르지만 우리만큼 특별 훈련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근무시간 외에 파트타임으로 틈틈이 훈련하는 것은 아닐까?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차이다. 우리나라가 메달을 많이 따고 스포츠 강국이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외화내빈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전체가 운동을 즐기기보다는 소수정예주의로 성적을 낸다. 외국에는 운동 종목별로 많은 클럽이 있고, 거기에 등록된 선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그만큼 운동..

길위의단상 201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