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5

인듀어런스

20세기 초반은 극점 탐험의 시대였다. 1911년의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아문센과 스콧의 경쟁은 유명하다. 둘의 명성에 가려진 또 다른 위대한 탐험가가 있다. 남극 대륙 횡단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영국의 어니스트 셰클턴(Ernest Shackleton, 1874~1922)이다. 셰클턴은 1909년에 남극점에 도전했다가 식량 부족 때문에 155km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만약 무리하게 전진했다면 스콧처럼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2년 뒤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하자 셰클턴은 목표를 바꾸어 남극 대륙 횡단에 나선다. 27명의 대원과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장도에 오른 것이다. 알렉산더가 쓴 는 이 탐험에 관한 기록이다. 동행한 사진사 헐리가 찍은 사진이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며 우리를 현장으로 안내한다..

읽고본느낌 2022.03.08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담쟁이 / 도종환 2009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 시가 내 인생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시 1위를 차지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부터 이 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위안과 용기를 주는 이런 시를 찾았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2012.07.25

베짜타 못

‘얼마 뒤에 유다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다.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는 히브리말로 베짜타라는 못이 있었고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섯이 서 있었다. 이 행각에는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는데 (그들은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의 천사가 때때로 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했는데, 물이 출렁거린 맨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 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삼십팔 년이나 앓고 있는 병자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

참살이의꿈 2006.03.04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오랜만에 한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오는데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김광석의 '일어나'가 벨소리로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수 년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후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에 후배가 선택한 이 노래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배는 자신의 일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생물이기에 환경 단체를 조직하고 꾸려나가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에 온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후배지만 그가 존경스러운 점은 생각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행일치가 말은 쉽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보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참살이의꿈 2006.02.28

한 문이 닫기면 다른 문이 열린다

터에만 다녀오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안 갈 수도 없고, 가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들과 마주쳐야한다. 대면하고 싶지 않은상황들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한 때는 새 생활에 대한 꿈으로 부풀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계륵(鷄肋) 신세가 되어 있다. 밀고 나가기도, 발을 빼기에도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럴 때는 거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내 의지를 떠난 상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자꾸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오늘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생각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거기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여 주인공, 쥬리 앤드류스. 수녀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녀는 원장 수녀님에 의해 밖으로 퇴출(?) 당한다. 가방을 ..

참살이의꿈 200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