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44

콘택트

EBS '일요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오래전에 소설로 읽었고, 영화로도 본 적이 있다. 17년 전에 만든 영화다. 원작은 칼 세이건이 쓴 소설 다. 과학자가 쓴 SF여서인지 황당무계하지 않고 과학적 원리에 충실하다. 보통의 SF처럼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과 이유 없이 폭력만 휘두르는 장면이 안 나와 좋다. 반대로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우주의 신비로 안내한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다룬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다른 영화로는 '미지와의 조우'도 좋다. 우주에 존재할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가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다. 앨리는 고집스럽게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탐색하다가 베가성에서 발신한 인공 신호를 포착한다. 그리고 ..

읽고본느낌 2014.06.07

우주력

인간 100년이 우주 시간으로는 1초다, 누군가의 글에서 보았다. 과학 전공을 한 탓인지 이런 수치를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계산해서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인간의 한평생이 우주 시간으로는 순간에 불과하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 줄 알지만, 그래도 정확해야 마음이 놓이는 건 이과생의 한계다. 칼 세이건이 쓴 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 그리고 우주력이 나온다. 우주 나이 약 150억 년을 1년으로 압축한 달력이다. 그럴 경우 10억 년은 우주년의 24일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우주년에서의 1초는 475년이다. 이를 환산하면 인생 100년은 우주 시간으로 0.21초다. 이 달력에 따르면 9월이 되어서야 지구가 태어났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서야 공..

참살이의꿈 2014.05.05

위대한 설계

학문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종래의 과학은 우주 만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규칙성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법칙과 원리로 우주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까지 묻는다. 지금 여기에 왜 내가 존재하는지 과학이 답하려고 한다. 전에는 형이상학으로 철학과 신학의 영역이었다.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과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가 쓴 는 물질과 생명의 궁극적인 질문에 답하려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지은이가 말한 대로 지금 우리는 과학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는지 모른다. 물리 이론의 목표와 조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는 현대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관이..

읽고본느낌 2014.01.26

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칼 세이건이 지구에 붙인 이름이다. 1990년에 태양계 밖으로 날아간 보이저 1호가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했는데, 희미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명명했다. 이번에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가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19일에 지구에서 15억k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토성의 고리 밑에 화살표로 표시된 점이 지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보면 태양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사진 찍기가 힘들다고 한다. 다행히 이 경우는 토성 뒤에 태양이 가려져 있어 지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NASA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지금까지 외계에서 지구 사진을 찍은 경우는 세 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사진이다. 우리가 사는 ..

길위의단상 2013.07.28

화성의 강

며칠 전에 ESA[The European Space Agency, 유럽우주기구]에서 화성 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촬영한 화성 표면 사진을 공개했다. 화성 남반구에 있는 '레울 계곡'[Reull Vallis] 부근인데 거대한 강물이 흐른 흔적이 보인다. 화성은 지구보다 작지만 자연 현상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올림푸스산이 있다. 높이가 27,000m로 에베레스트의 세 배다. 이 강의 길이는 1500km, 폭은 7km, 깊이는 300m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에 화성이 물이 흘러 이런 협곡이 만들어졌다가 35억 ~ 18억년 전 사이에 수분이 증발하고 흔적만 남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 사진은 ESA 홈페이지에 들어가 받아왔다. 사진에는 ..

길위의단상 2013.01.22

화성의 속살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지난 8월 6일에 화성에 착륙했다. 작년 11월에 지구를 출발하여 8개월여 만에 무사히 도착했다. 큐리오시티는 주로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조사한다고 한다. 그동안 조용하던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제 화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인간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다. 큐리오시티가 보내주는 선명한 화성 표면 영상에 가슴이 설렌다. 우리 사막의 일부라 해도 믿을 정도로 지구와 닮았다. 아주 옛날에는 화성에도 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흔적이라도 발견한다면 대단한 성과가 될 것이다. 먼 미래의 어느 때에는 저곳에도 인류가 북적거리며 살게 될까? 나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큐리오시티가 보낸 사진이다. 큐리오시티를 화성에 착륙시..

길위의단상 2012.08.28

우주의 풍경

(The Cosmic Landscape)은 '끈 이론'과 '메가버스'(Megaverse, 다중우주)를 주제로 한 교양과학서이다. 제목에 나오는 '풍경'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끈 이론에서 유도되는 가능한 진공들의 공간을 말하는 과학 용어다. 메가버스로 대변되는 우주의 풍경에는 무한한 종류의 우주가 무한하게 출현할 수 있다. 이 책은 유니버스(Universe)에 익숙한 우리의 우주관을 깨뜨리는 혁명적인 개념을 소개한다. 책의 초반부에는 '인간 원리'에 대한 설명이 길게 나온다. 우리 우주는 왜 생명체가 존재하도록 설계된 듯 보이는 것일까? 자연법칙은 생명과 인간이 탄생되도록 미세 조정된 것처럼 보인다. 만약 자연법칙이나 물리상수 중 하나가 조금만 달라졌어도 우주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지 못하고 생명도 탄생할..

읽고본느낌 2012.07.16

모두 어디 있지?

밤하늘의 별을 보면가슴이 뛴다. UFO, 우주인, 외계 문명 등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지적 생명체를 상상하면 더욱 그렇다. 우주의 나이가 120억 년이나 되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수의 별들이 있는데, 우주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지극히 타당하다. 생명 발생이 지구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그러니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문명으로 발전시킨 존재가 있을 것이고, 그들은 성간 여행을 했을 것이고, 은하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온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우주 공간에서는 그들이 통신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어디 있지?" 논리적으로는 그들과 접촉해야 마땅한데 ..

읽고본느낌 2012.04.16

골디락스 행성 첫 발견

며칠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골디락스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골디락스 행성[Goldilocks planet]은 어떤 항성의 생물권 안을 돌고 있는 외계 행성으로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행성이다.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있어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공전궤도를 ‘골디락스 영역’이라고도 부른다. 그동안 많은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지만 골디락스 행성은 처음이다. ‘글리제 581g’라 명명된 이 골디락스 행성은 지구에서 20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은하계의 크기에 비하면 우리의 이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적색왜성인 항성 ‘글리제 581’[Gliese 581] 주위를 37일에 한 바퀴씩 돈다. 지구보다 약간 더 큰데 중력은 인간이 걷기에 ..

길위의단상 2010.10.02

신비하고 아름다운 우주

삶이 초라하고 비루해질 때, 인간과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낙담 될 때, 우주로 눈을 돌린다. 작은 산등성이에만 올라도 속세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펼 수 있거늘 하물며 저 광대무변한 우주의 광경이라면 어떠하리. 지상에서 꽃이 피듯 천상에서는 별들의 꽃이 핀다. 꽃들이 화원을 이루듯 별들도 무리를 지어 빛난다. 그들 역시 나고죽음을 반복하지만 인간세계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위대한 존재 앞에서 하루살이인 우리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도 별이 빛나고 찬란한 하늘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니! '신의 눈'(Eye of God)이라 불리는 행성상성운 NGC7293. 지구에서 650 광년 떨어져 있는 이 성운은 태양 같은 별이 최후에 바깥쪽으로 기체를 뿜어내 생겨난 것이다. 아마 태..

읽고본느낌 2009.06.02

지구의 밤

종로에 나간 길에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천체 사진전을 보았다. 올해가 세계 천문의 해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지 400 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서 2 년 전에 유엔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지구의 밤'(The World at Night)인데 지상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별, 달 등의 천체를 찍은 42 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주로 밤하늘의 별사진이 많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천체사진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잊고 지낸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때 별사진을 찍는다고 동분서주해 본 사람으로서 이런 사진들을 보니 옛날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 감회가 새로웠다. 다른 사진과 달리 별사진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기상 조건이 맞지 ..

읽고본느낌 2009.03.20

Pale Blue Dot

이 사진은 우주탐사선 카시니호가 지구에서 15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것인데,확대된 작은 화면에 한 점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을 볼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많지만 이렇게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보기 드물다. 이만한 거리에서 지구는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볼 때 모든 별들은 한 점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구는 크고 다른 별들은 작다는 상대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 우주 사진은 반대로 토성이 크게 보이고 지구는 한 점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우리 시각의 반전을 일으킨다.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없는 메시지이다.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배경으로..

길위의단상 2007.01.20

M51

- 허블망원경이 찍은 나선은하 M51 (사진출처; hubblesite.org) 오늘 신문에 일제히 허블망원경이 찍은 아름다운 은하 사진이 실렸다. 특히 경향신문에는 1면에 M51 은하의 대형 사진이 실렸다. 최근에 허블이 찍은 것인데, 지금껏 인간이 촬영한 최고 해상도의 M51 사진이라고 한다. M51은 지구에서 37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로 지름이 10만광년 정도이며, 1천억 개의 항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은하와 크기나 모양이 비슷하며, 나선은하 중 아름답기로 이름난 은하이다. 이제 허블망원경은 15년 간의 활동을 끝내고 곧 기능이 상실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름 240cm의 렌즈를 달고 지구 궤도를 돌면서 그동안 70만 장의 선명한 사진을 찍어서 우주의 경이를 우리들에게 전해 주었다. ..

사진속일상 2005.04.27

헤일-밥 혜성

1986년에 핼리혜성이 찾아왔다. 워낙유명세를 타는 혜성이라 기대를 잔뜩 모았는데 실제로는 실망만 주고 떠나갔다. 밝기가 이름값을 못했던 것이다. 그때 연세대 천문대에서 주관한 관측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맨눈으로는 보일락 말락 하던 혜성이 망원경 파인더 안에서는 온 시야를 다 덮으며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의 감동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쌍안경과 망원경을 가지고 별을 보러 다녔다. 토성을 찾아 그 고리를 확인했을 때의 환희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별 사진도 관심이 생겨 주로 일주운동을 찍기도 했다. 1997년에는 헤일-밥 혜성이 찾아왔다. 맨눈으로도 하늘에 걸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큰 혜성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며 우주의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 당..

길위의단상 200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