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Pale Blue Dot

샌. 2007. 1. 20. 09:20



이 사진은 우주탐사선 카시니호가 지구에서 15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것인데,확대된 작은 화면에 한 점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을 볼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많지만 이렇게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보기 드물다. 이만한 거리에서 지구는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볼 때 모든 별들은 한 점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구는 크고 다른 별들은 작다는 상대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 우주 사진은 반대로 토성이 크게 보이고 지구는 한 점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우리 시각의 반전을 일으킨다.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없는 메시지이다.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배경으로 연약할 정도로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해준다. 장구한 역사니, 만물의 영장이니 하며 잘난 체 하지만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미미하며 초라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우주에서 저 작은 빛 하나가 사라진다 해도 누구 하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이 사진을 통해 무언가 신비하고 경건한느낌도 갖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무한시공의 우주에 압도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이미지가 작고 연약하니까 더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간 의식으로는 인식 불가능한 저 무한 크기의 우주와 상대적으로 왜소한지구의 모습을 통해 새로이 우리 자신을 자각하고 외경의 감정에 잠기게 된다.

칼 세이건은 이 지구 이미지를 보고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 - 에서 살았던 것이다."



이 사진은 탐사선 보이저호가 지구에서 64억 km 떨어진 명왕성 부근을 지나며 1990년에 찍은 지구의 모습이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작은 점이 지구다. 앞의 사진보다는 네 배나 더 먼 곳에서 찍은 것이니 아마 가장 최장거리에서 본 지구의 이미지일 것 같다.

한 번 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야겠다.

"이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지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세계를 멀리서 찍은 이미지를 보는 것보다 인간의 자만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작은 점을 보면서 '창백한 작은 점'을 더욱 소중히 보존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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