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6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손주가 오면 집안에 하하 호호 웃음꽃이 핀다. 보통 때는 웃을 일이 거의 없다. 한 번도 웃지 않고 지내는 날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파안대소를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다. 늙어갈수록 웃음이 사라지고 얼굴 표정은 굳어진다. 어른과 어린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깔깔거리며 재미있어한다. 호기심이 가득하니 뭐든지 재미있는 거리를 만들어낸다. 노인이 되면 매사에 심드렁해진다. 마치 딱딱하게 말라가는 고목 등걸 같다. 그래도 자주 웃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거실에서 TV를 보며 아내는 깔깔거리며 소리 내어 웃는다. 예능 프로인 것 같은데 뭐 그런 걸 보느냐고 나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내는 웃을 일이 없는데 이런 거라도 보면서 웃어야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맨날 책을 본들..

길위의단상 2023.03.11

아내가 활짝 웃을 때

아내가 활짝 웃을 때는 손주와 함께 있을 때다. 숨어 있던 생의 에너지가 마구 폭발하는 것 같다. 둘이 같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핏줄의 힘은 무섭다. 다들 손주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왜 그런지 나는 별로다. 그래서 별종이라는 말도 듣는다. 이놈은 외할머니와는 잘 놀면서 나만 마주치면 얼음이 된다. 말은 못해도 눈치는 9단이다. 웃는 얼굴을 찍자면 시간이 더 흘러야 가능하겠다. 돌이 갓 지난 손주는 아직 걷지는 못하고 다른 데를 의지하고 일어설 정도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얼굴을 부딪쳐 상처가 났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이놈이 아장아장 걷게 될 따스한 봄이 기다려진다.

사진속일상 2013.12.22

웃음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쓰는 이순구 화백의 그림이다. 덕분에 컴퓨터를 켤 때마다 활짝 웃는 소년의 웃음에 미소 짓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어떤 조사로는 하루에 어른들이 웃는 횟수는 어린이의 30분의 1이라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거리의 무표정한 얼굴들이 바로 내 모습이다. 저렇게 환하게 웃어본 게 언제인가 싶다. 웃는 근육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순수한 마음에서 해맑은 웃음이 나온다. 마음이 굳었으니 표정도 딱딱하다. 늙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데 그 말을 믿어볼까? 파안대소하며 호탕하게 웃어보고 싶다.그 많던 웃음은 다 어디로 갔는가? 요사이는 웃음 치료도 있는 모양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길위의단상 2012.05.31

웃음 90 초, 근심 3 시간

모 기업에서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재미있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하루 평균 10 회를 웃는데, 한번에 평균 9 초를 웃는다고 한다. 대신에 걱정하고 근심하는 시간은 하루에 3 시간 6 분으로 나왔다. 즐거워하는 시간보다 근심에 잠긴 시간이 124 배나 되는 것이다. 일생을 80 년이라 가정하면 사람은 평생에 30 일을 웃는 반면, 10 년여는 근심 걱정에 싸여 살아간다는 얘기다.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실감 난다. 잠자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뭐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조사이지만 세상을 사는 일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녹녹치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심 걱정의 양이 아니라 거기에 매몰되는 삶이 ..

참살이의꿈 2008.10.24

400 : 15

웃음을 연구한 사람에 따르면 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이는 하루에 평균 400 번을 웃는데, 성인은 고작 15 번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불행하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리 잘 봐 주어도 성인의 평균이라는 하루에 15 번 정도도 웃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도 대부분이 미소의 형태이고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파안대소는 거의 없다.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웃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모인 곳에서는 대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신에 수다 소리를 참아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깔깔 하고 웃는 여성의 웃음소리를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여..

길위의단상 2006.04.19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 속에서 우리 꽃처럼 웃자 땅속의 새싹도 웃고 갓나온 개구리도 웃고 빈 가지의 꽃눈도 웃는다 꽃샘바람에 떨면서도 매운 눈물 흘리면서도 우리 꽃처럼 웃자 봄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니 -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을 따라 감기가 손님으로 찾아왔다. 특히 목이 아픈데 아무래도 최근의 술과 담배를 즐긴 탓인가 보다. 올봄은 봄을 시샘하는 바람도 세고, 기상 변덕도 심하다. 오늘도 기온의 일교차가 15도가 넘는다고 예보되어 있다. 몸이 적응하기에 무리가 된다. 살다보면 인생의 꽃샘바람도 여러 번 겪는다. 세상사란 좋은 일이 생길수록 그것을 시샘하는 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법이다. 그래도 웃자! 꽃샘추위가 있음으로써 봄은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

시읽는기쁨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