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샌. 2006. 3. 31. 08:55

꽃샘바람 속에서

우리 꽃처럼 웃자

땅속의 새싹도 웃고

갓나온 개구리도 웃고

빈 가지의 꽃눈도 웃는다

 

꽃샘바람에 떨면서도

매운 눈물 흘리면서도

우리 꽃처럼 웃자

봄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니

 

-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을 따라 감기가 손님으로 찾아왔다. 특히 목이 아픈데 아무래도 최근의 술과 담배를 즐긴 탓인가 보다. 올봄은 봄을 시샘하는 바람도 세고, 기상 변덕도 심하다. 오늘도 기온의 일교차가 15도가 넘는다고 예보되어 있다. 몸이 적응하기에 무리가 된다.

 

살다보면 인생의 꽃샘바람도 여러 번 겪는다. 세상사란 좋은 일이 생길수록 그것을 시샘하는 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법이다.

 

그래도 웃자! 꽃샘추위가 있음으로써 봄은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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