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숲 / 정희성

샌. 2006. 3. 16. 15:30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숲 / 정희성

 

도시의 나무들은 '더불어 숲'을 이루지 못한다. 아니, 숲을 이루지 못하는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다. 광화문 지하도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은 메마른 사막의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소리만 낸다.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탁 / 이정록  (0) 2006.03.28
늪 / 오태환  (0) 2006.03.20
마흔 살의 동화 / 이기철  (0) 2006.03.07
기도 / 십자가의 성요한  (0) 2006.03.0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 백창우  (0) 200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