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 줄탁 / 이정록
줄탁동기(줄啄同機)란 말이 있다. 줄(口+卒)이란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말하고, 탁(啄)이란 알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깨뜨려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줄탁동기란 스승이 제자의 노력이나 역량을 알아채리고 바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관계를 이르는 아름다운 말이다.
이 시는 별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특이해서 절로 경탄이 난다.
우주는 하나의 알이 되고,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부리질이 반짝하며 별빛으로 빛나고 있다. 언젠가 저 틈 너머 빛의 세계로 나도 넘어갈 수 있겠지. 이제 하늘을 바라보면 나를 도와주려는 우주의 마음이 읽혀져 내 마음도 따스해질 것이다.
별빛을 바라보는 내 두 눈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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