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3

찌질한 위인전

인간에게는 누구나 찌질한 면이 있다. 소위 위인이라고 불리는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의 위인전은 찌질한 면은 드러내지 않고 비범한 능력이나 업적만 자랑한다. 지나친 미화에 실상 왜곡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위인전을 보며 자란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으라지만 지금 돌아보면 위인전이 과연 아이들 인성에 선한 작용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전쟁을 일으키고 수만 명을 죽인 놈도 위인에 들어가 있다. 은 그런 위인전에 딴지를 건다. 함현식 기자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모았다. 책에는 아홉 명의 인물이 나온다.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아니듯, 그들 역시 완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오히려 빛나 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찌질함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맞서 싸우면서 역사에 ..

읽고본느낌 2021.08.19

서귀동 팽나무

화가 이중섭은 1951년 한국전쟁 때 제주도 서귀포에서 1년가량 머물렀다. 네 가족이 좁은 방 하나에서 살았지만 그에게는 제일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화가가 살았던 집에는 당시 집주인이었던 할머니가 지금도 살고 계신다. 주변은 이중섭 미술관을 비롯해 문화의 거리로 변모했다. 집 앞에 있는 이 두 그루의 팽나무는 화가가 제주도 생활을 할 때 쉼터 역할을 했던 나무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의 소재가 된 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 되었다. 근처에 있는 아래 향나무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작품 구상을 위해 이 향나무 아래서 자주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이중섭의 체취가 묻어 있는 나무들이다.

천년의나무 2013.12.15

겨울 나무 아래서

겨울 나무 밑에 앉아 있다. 벌거벗은 나신(裸身)이지만 부끄러움은 없다. 편안하다. 고개를 드니 나무가지가 그리는 기하학적인 선의 그림이 아름답다. 세 나무가 공중에서는 서로 뒤엉켜 마치 한 몸인 듯 사이좋게 어울려 있다. 겉치레를 버린 겨울 나무는 솔직하고 단순하다. 무척 가벼울 것 같다. 그러나 속으로는 추운 계절을 견뎌내려는 스스로의 엄격함이 있을 것이다. 통하는 것이 남녀간에 정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나무 사이에도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통하는 기운이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이른 봄에 후배와 축령산으로 야생화를 보러 갔다. 그런데 이 친구는 돋보기와 청진기를 들고 왔다. 산에 가는데 왠 청진기인가. 정신없이꽃 사진을 찍다가 둘러보니 친구는 나무 하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

사진속일상 200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