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3

자전거 / 고은

수유리 안병무네 집 마당에서 초례 마치고 한강가에서 하룻밤 자고 안성 대림동산으로 왔다 상화 남편은 얼간이 성화는 철부지 축의금 봉투를 꺼내보았다 이백만원 얼마 상화 상화 남편 둘이 지닌 것 털어 집을 샀으니 화곡동 집 팔리지 않고 억지로 집을 샀으니 이백만원 얼마 이것으로 살아야 했다 마음속 화수분이라 무어나 차고 무어나 넘쳤다 마음 밖 가난이라 전화도 없다 전화 걸려면 십분쯤 가서 고개 너머 관리사무소 전화를 빌려야 한다 민음사에서도 문익환도 전보로 급래급래를 알려왔다 이백만원 얼마는 곧 동났다 안성장에 가 빗자루 사고 삽도 호미도 샀다 개수대 그릇도 샀다 빈털터리인데 창비에서 원고료가 왔다 살았다 살았다 무턱대고 자전거 한 틀을 샀다 자전거에 상화를 태우고 상화 남편은 견마를 잡혔다 삼단 자전거 바..

시읽는기쁨 2011.09.02

자전거도 조심합시다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요사이는 장비가 좋아져서 그런지 자전거 스피드도 상당하다. 건강이 우선이겠지만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타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기분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 자전거 사고를 옆에서 보았다. 길을 건너던 사람과 달리던 자전거의 충돌이었다. 둘 다 상대를 의식하지 못했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고가 일어났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앞으로 날아갔고, 걷던 사람은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머리에서 나온 붉은 피가 아스팔트 위로 번져나갔다. 그 사람은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너무 무서워 나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헬멧을 써서충격이 덜했는지 얼굴에 피를 흘..

길위의단상 2010.09.29

자전거 산책

날씨가 포근해졌다. 따스한 햇살에 봄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동안 쉬고 있던 자전거를 닦고 기름친 다음에 한강으로 타러 나간다. 그러나 강변의 바람은 의외로 차다. 가만 있으면 따스한데 달리면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손이 시럽고 눈에서는 눈물도 나온다.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다. 도시의 가운데에서그나마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서울의 동과 서를 완전히 관통할 수도 있고, 또 각 지천을 따라서도 자전거 여행을 할 수가 있다. 욕심이라면 이런 자전거 도로가 일반 거리에도 되어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고 길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앞으로의 교통 정책은 자동차 중심의 구조에서..

사진속일상 200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