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영화 '빠삐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빠삐용이 꿈에서 자신을 기소한 검사와 대면하는 부분이다.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절해고도에 갇힌 빠삐용은 어떻게든 탈출해서 누명을 벗으려 한다. 그러나 탈출은 실패하고 독방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악몽을 꾼다. 먼 사막의 지평선에 검사가 나타나 빠삐용을 바라본다. 빠삐용은 외친다.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소." 검사는 말한다. "맞다. 너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너는 살인보다 더한 죄를 저질렀다." 빠삐용은 억울하다는 듯 대꾸한다. "그게 뭡니까?" 검사가 단호하게 말한다. "인생을 낭비한 죄다." 빠삐용은 고개를 떨군다. "나는 유죄다." 젊었을 때 이 장면을 보고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말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