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함민복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련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 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수평의 깊이를 넓히고 있었다 -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함민복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아내와 휴대폰 얘기를 나누다가 결코 안 쓰겠다던 고집을 꺾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가게에 나가 싼 걸로 하나를 골랐다. 어찌 알았는지, 드디어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냐며 몇 군데서 연..

시읽는기쁨 2014.06.01

지하철에서 생긴 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다보니 가끔 험상궂은 광경을 만나기도 한다. 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차에 타고부터 젊은 여자의 전화하는 소리가 무척 귀에 거슬렸다. 조용한 전철 안에서의 육두문자와 짜증이 섞인 찢어지는 목소리는 누구나 짜증을 낼 만 했다. 여러 사람이 눈총을 주는 것 같았지만 독불장군이고 안하무인이었다. 더구나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경로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그 야단이었다. 누가 한 마디 해 주지 않나 싶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초노의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공중도덕을 지키자며 젊잖게 타일렀다. 그런데 생긴 꼬락서니가 “죄송합니다.” 하고 미안해 할 여자가 애당초 아니었다. 네가 뭔데 참견하느냐고 바로 앙칼진 대꾸가 돌아왔다. 그것도 연세 많은 할아버지에게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그리고는 두 ..

길위의단상 201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