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7

포스트 트루스

우리 시대를 특징하는 단어 중 하나에 '탈진실[post-truth]'이 있다. 2016년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올해의 단어로 ' post-truth'를 선정하기도 했다. 2016년은 트럼프가 등장하고 당선된 해다. 트럼프가 선거 운동 중에 한 발언의 70%가 가짜였다는 보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제는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세상을 보면서 누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은 죽었는가?" 는 미국의 철학자인 리 매킨타이어가 쓴 책이다. 정치적 상황을 중심으로 탈진실의 배경과 원인,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한다. 지은이는 타깃은 주로 트럼프와 공화당이다. 그쪽이 일방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탈진실'의 점잖은 정..

읽고본느낌 2024.03.22

두 견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공평무사한 입장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누구나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과 현상을 본다. 심하게 말하면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객관적이면서 공평한 잣대는 없다. 컵이라는 실체가 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사각형으로 보이기도 하고 둥글게 보이기도 한다. 컵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컵을 둥글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사각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중의 하나다. 작금의 윤미향 사태를 보면서 솔직히 뭐가 뭔지 헷갈린다. 보도를 보면 윤미향은 시민운동을 가장한 사기꾼 같아 보이다가도, 다른 편 말을 들어보면 의혹 제기가 마녀사냥식으로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만약 사실이 왜곡되어 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검찰 수사가 들어갔으니 내가 여기서 왈가..

길위의단상 2020.06.10

거짓말 / 예브게니 옙투셴코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네 허위를 진실인 양 말하는 것도 잘못이지 아이들에게 천국에 하느님이 계시고 이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야 아이들은 자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안다네. 아이들도 인간이거든 아이들에게 숱한 어려움에 대해 말해주게 앞으로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분명히 보게 해 줘야 하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장애와 난관에 대해 말해주게 마주치게 될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해주게 지옥 같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려주게 행복의 대가를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그냥 두면 반복되고 늘어나 나중에 우리 학생들은 우리가 용서했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 거짓말 /..

시읽는기쁨 2013.07.08

나는 고발한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 인종 차별, 국가 폭력,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 등이 종합된 최초의 현대적 사건이 1894년부터 1906년까지 12년 동안 진행된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이다. 1894년 9월 독일 간첩의 누명을 쓰고 유태인 드레퓌스 대위가 구속되었다. 당시 프랑스는 독일에 대한 적대감과 민족주의, 반유태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군사법원은 간첩죄로 군적 박탈과 종신 유배를 선고했고, 드레퓌스는 아프리카의 외딴 섬으로 끌려갔다. 참모본부 정보국에서 일하던 피카르 중령이 드레퓌스 사건의 서류를 보다가 스파이 글씨가 드레퓌스가 아닌 보병 대대장 에스테라지 소령의 것임을 알아내고 상관에게 알렸다. 그러나 참모본부와 언론은 오히려 에스테라지를 변호했고 피카르는 좌천을 시켰다. 진실을 알게 된 에밀 졸라는 ..

읽고본느낌 2013.07.05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장준하 선생의 유해가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 안장되었다. 옛 산소의 축대가 무너지고 이장하는 과정에서 선생의 유골이 38년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무성했는데 결국 외부 가격에 의한 두개골 함몰로 사망하였음이 거의 밝혀졌다. 박정희 독재 정권이 저지른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준하 선생의 사망 원인을 직접 조사한 고상만 씨가 당시의 조사 상황과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장준하 의문사 사건 조사관의 대국민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짧은 조사 기간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상황으로 그때는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의문사위원회에서는 사건에 대해 '인정'이나 '기각', '진..

읽고본느낌 2013.04.14

개구리 세 마리

필리핀 민중교육의 역사와 내용을 다룬 이라는 책을 보다가 이 이야기를 만났다. 개구리 세 마리가 나오는 이 우화는 '쌍방향의 상호작용 이야기'로 민중교육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 및 타인과의 관계, 깨달음에 대해서 숙고하게 하는 내용이다. '개구리 세 마리'는 진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우물 속에 살고 있는 개구리와 같다. 각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게 전부라 믿는다. 누가 옳을까? 세 마리 개구리는 결국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용기로 우물 밖으로 나온다. 그들은 좁은 고정관념을 벗어났다. 민중교육의 역할은 사람들이 자신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볼 수 있도록 하고, 개인 또는 집단의 패러다임 전환을 돕는 일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사람..

참살이의꿈 2013.01.05

난 몰라요

도시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매일 배설하는 똥과 오줌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역시 모른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나는 모른다. 두꺼운 설명서를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몇 가지 버튼을 누를 줄만 알면 된다. 아침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가 어느 바다에서 잡혀 온 것인지 물을 필요가 없다. 깔끔한 슈퍼에서 사온 식품들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햇볕과 바람과 농부들의 땀에 대해서는 잊어도 좋다. 그저 값싸고 맛있으면 만족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제 3세계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불하는 커피 대금의 얼마가 다국적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가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길위의단상 200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