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5

장자[85]

환공이 마루 위에서 독서를 하는데 마루 아래서는 윤편이 바퀴를 만들고 있었다. 윤편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가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공께서 읽는 책을 무엇이라 합니까?" 환공이 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다." 윤편이 물었다. "성인이 있습니까?" 환공이 답했다. "이미 돌아가셨다." 윤편이 말했다. "그러면 군주께서 읽은 책들은 죽은 사람의 시체일 뿐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독서를 하는데 공인 따위가 어찌 용훼하는가? 나를 설득하면 좋지만 설득하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신복합니다. 신이 하는 일로 본다면 바퀴를 깎는데 느슨하게 하면 헐거워 견고하지 못하고 단단히 조이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슨하지도 않고 빡빡하지도 않게 하는 것은 손으로 얻어지고 마음으..

삶의나침반 2009.09.11

장자[84]

노담이 물었다. "인의는 사람의 본성인가?" 공자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군자는 인이 없으면 안민(安民)할 수 없고 의가 없으면 살릴 수 없으니 인의는 참으로 사람의 본성입니다. 인의가 아니면 장차 어찌 다스리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무엇을 인의라고 하는가?" 공자가 답했다. "마음속으로 만물과 함께 즐거워하고 겸애하고 무사(無私)하다면 이것이 인의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노담이 말했다. "그럴까? 뒷말은 위태롭구나! 대저 겸(兼)이란 우원한 것이 아닐까? 사(私)를 없애겠다는 것 또한 사사로움일 뿐이다. 그대가 만약 온 천하 사람들에게 양생을 잃지 않도록 한다면 천지는 본래의 상도가 보존될 것이다. 그대도 역시 천지의 덕을 본받아 행하고 도를 따라 나아가면 이미 지극한 것이거늘, 또 어..

삶의나침반 2009.09.04

장자[83]

옛날 순이 요임금에게 물었다. "천왕의 마음씀은 어떻게 합니까?" 요임금이 답했다. "나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를 오만하게 대하지 않고 궁색한 민중을 버리지 않으며 죽은 자를 괴로워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과부를 애통해한다. 이것이 내 마음씀이다." 순이 말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러나 위대하지는 못합니다." 요임금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 순이 답했다. "하늘이 덕성스러우면 땅은 안녕하며 일월이 비추면 사시는 운행합니다. 낮과 밤이 상도가 있고 구름이 운행하여 비가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요임금이 말했다. "나는 집착하고 요란스러웠구나! 그대는 하늘에 부합했는데, 나는 사람과 부합했구나!" 昔者舜問於堯 曰 天王之用心何如 堯曰 吾不敖無告 不廢窮民 若死者 嘉孺子 而哀婦人 此吾所以用心也..

삶의나침반 2009.08.30

장자[82]

대저 허정, 염담, 적막, 무위는 천지의 화평이요, 도덕의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제왕이신 성인은 한가할 뿐이다. 한가하면 허(虛)하고, 허하면 실(實)하고, 실하면 서로 화락한다. 허하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동(動)하고, 동하면 얻는다. 고요한 것은 무위함이요, 무위하면 일을 맡아 책무를 다한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 天地之平而道德之至 故帝王聖人休焉 休則虛 虛則實 實則倫矣 虛則靜 靜則動 動則得矣 靜則無爲 無爲也則任事者責矣 - 天道 2 장자가 생각하는 마음의 근본 자리는 허정, 염담, 적막, 무위라는 네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천지를 화평케 하는 것이요, 도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네 단어의 의미를 구분하기보다는 허정을 대표 개념으로 써도 될 것 같다. 허정(虛靜)이란 마음에 잡념이나 망상이 없..

삶의나침반 2009.08.25

장자[81]

성인의 고요함은 고요한 것이 좋아서 고요한 것이 아니라 만물이 성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없으므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수염을 밝게 비추고 평온하여 수준기에 맞는다. 그래서 훌륭한 목수가 법으로 취하는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이처럼 밝은데 하물며 정신이 고요하면 더할 나위 있겠는가? 성인의 마음은 고요하여 천지의 거울이요, 만물의 거울이다. 聖人之靜也 非曰靜也善 故靜也 萬物無足以뇨心者 故靜也 水靜則明燭염眉 平中準 大匠取法焉 水靜猶明 而況精神 聖人之心 靜乎 天地之鑑也 萬物之鏡也 - 天道 1 마음의 으뜸 경지는 ‘고요함’[靜]이다. 그것은 거울이나 고요한 호수와 같아서 외물을 비추기만 할 뿐 자신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마음의 평화’이다. 도(道)는 쉼 없이 운행하며 만물을 생성..

삶의나침반 200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