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5

화악산 금강초롱

나에게 금강초롱은 꼭 보고 싶은 야생화 목록 일순위에 올라 있던 꽃이다. 금강초롱을 보기 위해 화악산을 찾았을 때는 혹 헛걸음을 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그만큼 귀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금강초롱과 만났다. 산속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등산로 옆에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그동안 금강초롱의 보호와 번식이 많이 이루어져 개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강초롱은 사진에서 보던 대로 청초하고 품위가 있었다. 초롱불을 매단 듯 산이 환했다. '금강'이라는 이름은 1900년대 초에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도 고귀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강초롱의 학명이 'Hanabusaya asiatica Nakai'다. 'Hanabusaya'나 'Nakai'는 모두 ..

꽃들의향기 2014.09.06

금강초롱

언제쯤 야생의 금강초롱을 만날 수 있을까? 그동안 금강초롱을 보지 못한 건 내 간절함이 모자란 탓인지 모른다. 금강초롱을 위한 꽃 산행을 때맞추어 해 본 적이 없다. 속초에 가는 길에 한국자생식물원에 들렀다가 이 금강초롱을 만났다. 한국 특산식물원에 유일하게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이미 한창때가 지난 듯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에서 고귀한 자태를 읽을 수 있었다. 아쉽지만 금강초롱과의 첫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내년에는 깊은 산 속에 피어 있는 너를 꼭 만나고 싶다.

꽃들의향기 2012.09.08

초롱꽃(3)

시골집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를 닮은 꽃이다. 막사발같이 투박해 보이지만, 유백색의 질감은 달항아리를 연상시킨다. 수수하고 순박해서 초가집 담벼락에 피어 있으면 잘 어울리는 꽃이다. 초롱꽃은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해주는 꽃 중 하나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모자라지만 여유 있고, 갖추지 못했지만 만족한다. 초롱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진다. 이해인 수녀님은 초롱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내 마음은 늘 차고 푸른 호수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뜨겁게 움직이는 화산입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조금 더 총명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믿음이 깊어지는 한 송이 꽃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을 들으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맨발로 ..

꽃들의향기 2012.06.13

초롱꽃(2)

달항아리처럼 푸근하고 넉넉하게 살고 싶다. 맑은 청주가 아니라 탁주를 담아두면 어떻겠는가. 백자 같은 완벽한 삶을 바라지 않는다. 조금 모자라는 듯, 조금 부족한 듯, 수수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조급해하지도 않고, 누굴 원망하지도 않으며.... 초롱꽃은 달항아리를 닮았다. 토속적인 향취가 풍기는 꽃이다. 초가집 담장 옆에 어울리는 꽃이다. 꽃은 화려하지 않아서 수더분하다. 그래서 볼수록 은근히 정이 가는 꽃이다. 나는 초롱꽃에서 수수한 시골 아낙을 만난다. 말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밤새 두런두런 어느 길을 걸어 그 불빛 켜들고들 오셨나 푸르스름 밝아오는 새벽 길가에 올망졸망 이슬에 함뿍 젖은 흰 초롱 걸어놓고 말없이 돌아서는 등이 보인다 - 초롱꽃 / 김진경

꽃들의향기 2010.08.26

초롱꽃

도감을 들고서 산과 들로 꽃을 찾아 다니던 때, 한강변 분원마을 부근 야산에서 초롱꽃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첫 인상은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달리 예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꽃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고, 모양이나 색깔 또한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화단이나 정원같은 데서 이 초롱꽃을 가끔씩 만나지만 첫 인상이 결코 바꿔지지는 않는다. 초롱은 옛날에 밤길을 갈 때나 밖을 비출 때 등불을 넣어두던 것이다. 생김새에서 필히 이 꽃이름이 유래되었겠지만 그러나 초롱같이 생겼다기보다는 내 눈에는 종을 연상시킨다. 마치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날 것도 같다. 실제 이 꽃에 얽힌 전설도 종과 연관되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초롱꽃에는 자주초롱꽃, 섬초롱꽃, 금강초롱꽃 등이 있다는데앞으로 내가 꼭 만나고 싶은..

꽃들의향기 200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