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초롱꽃(2)

샌. 2010. 8. 26. 10:53


달항아리처럼 푸근하고 넉넉하게 살고 싶다. 맑은 청주가 아니라 탁주를 담아두면 어떻겠는가. 백자 같은 완벽한 삶을 바라지 않는다. 조금 모자라는 듯, 조금 부족한 듯, 수수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조급해하지도 않고, 누굴 원망하지도 않으며....


초롱꽃은 달항아리를 닮았다. 토속적인 향취가 풍기는 꽃이다. 초가집 담장 옆에 어울리는 꽃이다. 꽃은 화려하지 않아서 수더분하다. 그래서 볼수록 은근히 정이 가는 꽃이다. 나는 초롱꽃에서 수수한 시골 아낙을 만난다. 말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밤새 두런두런

어느 길을 걸어

그 불빛 켜들고들 오셨나

푸르스름 밝아오는 새벽 길가에

올망졸망

이슬에 함뿍 젖은 흰 초롱 걸어놓고

말없이 돌아서는 등이 보인다


- 초롱꽃 /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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