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양 6

장자[182]

소지가 물었다. “사방 육합에서 만물이 생기는 작용이 어째서 일어날까요?” 대공조가 답했다. “음양이 서로 비춰주고 덮어주고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계절은 서로 갈마들고 서로 낳고 서로 죽인다. 욕심과 미움, 나아가고 물러남이 이로써 의탁하여 일어나고, 자웅이 쪼개지고 이로써 변함없이 보존되는 것이다. 안위가 서로 바뀌고 화복이 서로 낳고 완급이 서로 갈마들고 취산이 이루어지니 이로써 명칭과 실재가 회통할 수 있고 정기와 묘용이 뜻을 펴는 것이다. 질서를 따라 서로를 다스리고 운행을 의탁하여 서로를 사역하니 막히면 근본으로 돌아가고 끝나면 시작된다. 이것이 만물이 보존되는 현상이다.” 少知曰 四方之內 六合之裏 萬物之所生惡起 大公調曰 陰陽相照 相蓋相治 四時相代 相生相殺 欲惡去就 於是橋起 雌雄片合 於是庸有..

삶의나침반 2011.10.09

장자[181]

거백옥은 지난 육십 년 동안 육십 번 변했다. 미상불 시작은 옳다고 했으나 끝에는 버리면서 그르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하는 것을 오십구 년 후에는 그르다고 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만물은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으나 그 뿌리는 볼 수 없다. 출현한 것은 있는데 그 문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지혜가 알고 있는 것을 존중할 뿐, 자기 지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믿을 줄을 모른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가히 큰 의혹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거伯玉行年六十 而六十化 未嘗不始於是之 而卒黜之以非也 未知 今之所謂是之 非五十九年非也 萬物有乎生 而莫見其根 有乎出 而莫見其門 人皆尊其知之所知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 而後知可不謂大疑乎 - 則陽 5 거백옥은 군자의 삶을 산 모범적인 인물이다. 공자의 동시대 사람으로 공자도..

삶의나침반 2011.09.27

장자[180]

오! 그대여! 천하에는 피살자가 많은데 그대가 먼저 당했구려. 말끝마다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지만, 영욕으로 핍박하여 이런 병통이 생겨났고 재화가 한곳으로 모이니 이런 쟁투가 생겨났다. 지금은 사람을 몰아세워 병들게 하고 사람을 모아 싸우게 하고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하여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하니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子乎子乎 天下有大재 子獨先離之 曰莫爲盜 莫爲殺人 榮辱立然後覩所病 貨財聚然後覩所爭 今立人之所病 聚人之所爭 困窮人之身 欲無至此得乎 - 則陽 4 백구(栢矩)가 천하를 돌아다니던 중 제나라에서 형벌을 받고 버려진 시체를 보았다.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런 일은 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구는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한다. 슬픔과 울분을 느낀다. 시체를 수습해 묻어주고 하늘..

삶의나침반 2011.09.19

장자[179]

옛날 내가 농사를 지을 때 밭을 얕게 갈았더니 그 결실도 역시 나에게 얕은 만큼 보답했다. 김매기를 풀 베듯 소홀히 했더니 결실도 나에게 소홀한 만큼 보답했다. 나는 이듬해에 농사법을 바꾸어 밭갈이를 깊이 하고 호미질을 자주 하였더니 벼가 번성하고 결실이 좋아 한 해 양식이 넉넉했다. 昔予爲禾 耕而로망之 則其實亦로망而報予 芸而滅裂之 則其實亦滅裂而報予 予來年變齊 深其耕 而熟우之 其禾繁而滋 予終年厭殖 - 則陽 3 마음을 밭에 비유하는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성경에도 씨 뿌리는 사람을 비롯해 마음을 밭에 비유하는 예수의 말이 여러 군데 나온다. 선조들은 아예 ‘마음밭[心田]’이라고 불렀다. 게을러 밭을 얕게 갈면 결실도 그만큼 작다. 소홀히 하면 소홀히 보답하는 게 농사다. 마음 농사도 이와 다..

삶의나침반 2011.09.14

장자[178]

대진인이 물었다. “달팽이란 놈이 있는데 군주께서도 아시지요?” 혜왕이 답했다. “알지요.”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가 있는데 촉씨라 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라 부릅니다. 이들은 서로 땅을 다투며 수시로 전쟁을 하는데 전사자가 수만 명이라 합니다. 패배자를 쫓을 때는 십오 일 이후에나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혜왕이 말했다. “오! 그것은 거짓말이겠지요!” 대진인이 말했다. “신은 군주를 위해서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군주께서는 사방 상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혜왕이 말했다. “끝이 없지요.” 대진인이 말했다. “마음이란 무궁에 노닌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눈으로 걸어 도달할 수 있는 나라를 돌이켜보십시오.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 같기도 할 것입니다.” 혜왕이 말했다. “글쎄요?..

삶의나침반 2011.08.30

장자[177]

옛 성인은 궁할 때는 가문 사람들에게 가난을 잊도록 하고, 영달할 때는 왕공들로 하여금 작록을 잊고 낮추도록 교화하며, 사물에 대해서는 더불어 편안하게 하고,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물자를 유통시켜 자기를 보전케 했소. 그러므로 혹은 말없이 사람들을 화목하게 다독거리며 사람들과 벗하여 나란히 서 있지만 사람들을 교화시키오. 부자간에 마땅하면 다른 사람도 편안하게 될 것이니 한결같이 한가하게 그들을 풀어놓소. 故聖人 其窮也 使家人忘其貧 其達也 使王公忘其爵祿 而化卑 其於物也 與之爲娛矣 其於人也 樂物之通 而保己焉 故或不言 而飮人之和 與人竝立而使人化 父子之宜 彼其乎歸居 而一閒其所施 - 則陽 1 칙양(則陽)편이다. 다른 잡편과 마찬가지로처음에 나오는 단어로 편의 이름을 삼은 것이다. 칙양은 노나라 사람인데 물론 그가..

삶의나침반 201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