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풀(3)
눈맞춤 해줘서 고마워. 하루에 한 번씩 햇빛이 찾아오고, 바람이 가끔 안부를 묻지만, 사람이 가까이 온 건 처음이거든. 발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놀랐어. 혹시 날 뽑아버리려는 건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지. 올해 같은 가뭄도 잘 버텨냈는데 열매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속 상하는 일이잖아. 날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마. 나 잘 살고 있거든. 여긴 아늑하고 포근해. 가끔 바깥세상이 궁금하긴 하지만 괜찮아. 네 따스한 눈길로 난 하루가 신날 거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