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일 13

논어[40]

정공이 물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자면 어떻게 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임금이 신하를 부릴 적엔 예의를 갖추고, 신하가 임금을 섬길 적엔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定公問 君使臣 臣事君 如之何 孔子對曰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 八佾 13 학습효과 때문인지 충(忠)이라고 하면 국가에 대한 충성이 먼저 떠오른다.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고, 국가가 원하면 목숨까지 바치는 희생과 충성을 군사독재시대에서는 요구했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는 충(忠)은 국가주의에서 표방하는 왜곡된 충성과는 전혀 다르다. 공자 시대에는 충만 아니라 나라에 대한 개념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으로 되어 있다. 마음의 한가운데, 즉 참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한다. ..

삶의나침반 2013.07.20

논어[39]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의를 갖추어 주군을 섬기는데 남들은 아첨한다는구나." 子曰 事君盡禮 人以爲諂也 - 八佾 12 아마 이 시기에 공자는 노나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정사에 참여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BC 500년경, 공자 나이 50대 초반일 무렵이었다. 당시 노나라 임금은 정공(定公)이었고, 실권을 잡고 있었던 삼환씨와는 갈등이 심할 때였다. 그들은 왕을 우습게 보고 실례(失禮)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배경에서 이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공자는 주군을 섬기는데 극진했던 것 같다. 예를 강조하는 공자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이런 공자를 보고 아첨한다고 비난했다. 아첨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남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며 알랑거림'이라고 나와 있다. 실권을 쥔 자의 ..

삶의나침반 2013.07.12

논어[38]

자공이 초하룻날의 염소 희생을 그만두려고 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는 염소가 아까우냐? 나는 보다 더 예법을 아낀다." 子貢欲去告朔之희羊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 八佾 11 매달 초하룻날마다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자공은 형식적인 염소 희생을 그만두려고 공자에게 여쭸는데 선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너는 염소를 아끼지만, 나는 예를 아낀다[爾愛其羊 我愛其禮]." 염소의 값어치보다 예가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 설마 자공이 예를 무시해서 그런 제안을 했을까? 염소를 죽이지 않고도 예의 정신을 지킬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형식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제사 절차는 예의 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 부분에서도 전통주의자, 보수주의자로서..

삶의나침반 2013.07.07

논어[37]

선생님 말씀하시다. "활쏘기 때는 과녁을 주장삼는 것이 아니다. 실력에 차등이 있기 때문이니 옛날에는 그랬던 것이다." The Master said, "In archery it is not going the leather which is the principal thing, because people's strength is not equal. This was the old way." 子曰 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 八佾 10 인생을 승부와 경쟁으로 보는 데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인간 세상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활쏘기에서도 사람마다 타고난 힘이 다르기 때문에 가죽 과녁을 뚫는 것을 주장삼는다면 옳지 않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어떤 사람은 몇십 m 앞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

삶의나침반 2013.06.28

논어[36]

선생님이 태묘에 들어가서 매사를 물은즉, 어느 사람이 말했다. "누가 추 땅 시골뜨기더러 예법을 안다는 거야! 대묘에 들어가선 일일이 묻지 않나!" 선생님이 이 말을 듣고 대답하시다. "그것이 예의다!" 子入大廟 每事問 或曰 孰謂추人之子 知禮乎 入大廟 每事問 子聞之曰 是禮也 - 八佾 9 묻기를 좋아하는 공자의 모습이 보인다. 묻는다는 건 호학(好學)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은 물을 수도 없다. 공자가 대묘 제사에 참여하여 이것저것 물으며 확인했는가 보다. 주변 사람이 짜증을 낼 정도였다. 귀찮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간섭하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그때 공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그것이 예의다![是禮也]" 예의 정신은 정확한 법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말 선생님다운 한 마디다. 공..

삶의나침반 2013.06.20

논어[35]

선생님 말씀하시다. "주나라는 하, 은 두 나라를 본떠 찬란한 문화를 이룩했으니, 나는 주의 문화를 따르겠다." 子曰 周監於二代 郁郁乎 文哉 吾從周 - 八佾 8 "나는 주의 문화를 따르겠다[吾從周]." 이런 말을 보면 공자는 마치 주나라의 문화를 회복하려는 역사적 사명이라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공자 일행이 광 땅에서 양호로 오해받고 여러 날 동안 포위된 일이 있었다. 이때 공자는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문왕은 돌아가셨지만 문화는 여기 있다. 하늘이 아직 이 문화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면 광 사람인들 나를 어떻게 한까보냐?"라고 대답했다. 대단한 신념이고 자부심이다. 공자의 언행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나라를 존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관점에서 주나라는 왕권 중심의 봉건국가였을 뿐이다. 그..

삶의나침반 2013.06.13

논어[34]

왕손가가 물었다. "'방 구석 조상님보다 부엌 조상님이 낫다'는데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습니다." Wang-sun Chia asked , saying, "What is the meaning of the saying, 'It is better to pay court to the furnace than to the south-west corner?'" The Master said, "Not so. He who offends aganist Heaven has none to whom he can pray." 王孫賈問曰 與其媚於奧 寧媚於조 何謂也 子曰 不然 獲罪於天 無所禱也 - 八佾 7 당대 권력자와의 대화는 대개 이렇게 날이 서 있다. 위나라 ..

삶의나침반 2013.06.06

논어[33]

자하가 묻기를 "방긋 웃는 입매, 반짝이는 눈동자, 흰 바탕에 눈부신 칠이여!"란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림은 흰 바탕 위에 그리는 것이다." "예도 나중 일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상이 나를 깨우쳐 주는구나! 인제 너하고 시를 이야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子夏問曰 巧笑천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謂也 子曰 繪事後素 曰 禮後乎 子曰 起予者商也 始可與言詩已矣 - 八佾 6 스승과 제자 사이의 선문답 같다. 시에서 그림으로, 그리고 예에 대한 대화로 이어지더니 돌연 시를 논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방긋 웃는 입매, 반짝이는 눈동자, 흰 바탕에 눈부신 칠이여!'란 시경(詩經)에서 미인을 묘사하는 구절이다. 그 의미를 공자는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한 마디로 표현한다. 흰 ..

삶의나침반 2013.05.31

논어[32]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 다툼이 있다면 활쏘기 정도지. 서로 절하면서 당상에 오르고, 지면 술을 마시니, 군자의 싸움이지!" 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 君子 - 八佾 5 공자가 말한 '군자무소쟁'(君子無所爭)을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할지 를 삶의 지침서로 삼는 사람에게는 고민으로 다가올 것이다. 경쟁 없이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다투지 않고 모든 걸 양보하면서 살 수 있을까? 적당히 처신하는 어떤 비결이라고 있는 걸까? 군자에게 다툼이 있다면 활쏘기 정도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것도 서로 예를 갖춰 절하면서 당상에 오르고, 승패가 가려지면 내려와서는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신다. 이기고 진 데 따른 감정의 찌꺼기란 없다. 군자의 싸움이란 그 정도라야 한..

삶의나침반 2013.05.23

논어[31]

계손씨가 태산에서 여제(旅祭)를 지내니, 선생님이 염유에게 물으시다. "너는 말리지 못했느냐?" 대답하기를 "말리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기막힐 일이다. 글쎄 태산이 임방만 못할까?" The chief of the Chi family was about to sacrifice to the T'ai mountain. The Master said to Zan Yu, "Can you save him from this?" He answerd, " I cannot." Confucius said, "Alas! will you say that the T'ai mountain is not so discerning as Lin Fang." 季氏 旅於泰山 子謂염由曰 女不能救與 對曰 不能 子曰 嗚呼 曾謂泰山 不..

삶의나침반 2013.05.14

논어[30]

선생님 말씀하시다. "되놈의 짓으로 임금 노릇하는 것은 올바른 나라에서 거저 지내는 것만 못하다." The Master said, "The rude tribes of the east and north have their princes, and are not like the States of our great land which are without them."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 諸夏之亡也 - 八佾 3 중국(中國)이라는 이름이 나타내듯 중국인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고 표준이라고 굳세게 믿었다. 공자의 말씀에서 보듯 그런 중화사상의 뿌리는 깊다. 주변국들은 전부 오랑캐로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 불렀다. 여기 나오는 '이적(..

삶의나침반 2013.05.06

논어[29]

임방이 예법의 근본정신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옳지, 좋은 질문이다. 예식은 사치스런 것보다 검소한 것이 좋고, 장례식은 번지르르한 것보다 슬픔이 넘쳐야 한다." Lin Fang asked what was the first thing to be attended to in ceremonies. The Master said, "A great question indeed! In festive ceremonies, it is better to be sparing than extravagant. In the ceremonies of mourning, it is better that there be deep sorrow than a minute attention to observances." 林放問 禮之本..

삶의나침반 2013.04.29

논어[28]

선생님이 계씨를 평하여 말씀하시다. "여덟 줄의 춤을 제 집에서 추게 하니 그런 짓을 하는 솜씨면 무슨 짓은 못할까?"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세 대부의 집안에서 천자의 노래로 제사를 지내니, 선생님 말씀하시다. "'줄줄이 늘어선 제후들, 천자의 묵묵한 모습'이 세 대부 집안의 어느 구석에 있는가 말이야." 三家者以雍徹 子曰 相維벽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예법은 무엇하며,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음악은 무엇하노!"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 八佾 1 당시 노나라에는 계손(季孫), 맹손(孟孫), 숙손(叔孫)의 세 대부 집안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 계씨(季氏)가 천자만이 행할 수 있는 팔일무(八佾舞)를 자기 집에서 추게 했다는 것..

삶의나침반 20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