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이 물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자면 어떻게 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임금이 신하를 부릴 적엔 예의를 갖추고, 신하가 임금을 섬길 적엔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定公問 君使臣 臣事君 如之何 孔子對曰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 八佾 13
학습효과 때문인지 충(忠)이라고 하면 국가에 대한 충성이 먼저 떠오른다.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고, 국가가 원하면 목숨까지 바치는 희생과 충성을 군사독재시대에서는 요구했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는 충(忠)은 국가주의에서 표방하는 왜곡된 충성과는 전혀 다르다. 공자 시대에는 충만 아니라 나라에 대한 개념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으로 되어 있다. 마음의 한가운데, 즉 참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한다. 마음의 한가운데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다. 신하가 임금을 섬길 적에 충(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곧고 바른 마음으로 임금을 섬기라는 뜻이다.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다. 임금이 길을 잘못 가면 두려움 없이 간해야 한다. 이런 정신이 맹자에게서 더욱 구체화 되었다.
학이(學而)편에 증자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과 일할 때 참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것이다. 원문은 '爲人謀而不忠乎'다. 여기에도 충(忠)이 나오는데 참된 마음, 곧 대인관계의 진실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임금이나 나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기본이 충(忠)이다.
또 <논어>에는 "선생님의 도(道)는 충(忠)과 서(恕)다"는 구절도 있다. 공자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 두 단어만 온전히 새길 수 있다면 공자가 어떤 세상을 꿈꾸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