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4

논어[145]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부란 아직도 먼 양 하되 놓칠까봐 걱정도 되거든." 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 泰伯 14 공부에 대한 공자의 솔직한 심경 토로가 인간적이다. 예수나 부처처럼 "다 이루었다!"가 아니다. 죽을 때까지 매달려도 끝이 없는 길, 그 과정에서 나태하면 옆길로 샐지 모른다. 두려운 마음으로 정진하는 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가 떠오른다.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것을 모르리라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농가 하나 없는 곳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것을 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는 듯 방울소리 외에는 ..

삶의나침반 2015.06.06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 그는 내가 여기 멈추어 서서 눈 덮인 자기 숲을 보는지 모를 거야 내 작은 말도 이상한가 봐 숲과 꽁꽁 언 호수 사이 농가 없는 이곳에 멈춰 서다니 그것도 올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마구의 종을 흔들어 그는 뭐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묻는 듯 그밖에 다른 소리는 잔잔한 바람소리와 떨어지는 눈송이들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어 하지만 난 아직 지켜야 할 약속과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지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

시읽는기쁨 2006.12.28

담장 고치기 / 로버트 프로스트

무엇인가 담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보다. 그것이 담장 밑의 땅을 얼어 부풀게 하여 위에 있는 둥근 돌들을 햇빛 속에서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거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만한 틈이 생긴다. 사냥꾼들도 담장을 부순다. 나는 그들 뒤를 따라가서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부숴놓은 담장을 수선했었다. 그래도 그들은 숨어있는 토끼를 몰아내어 짖어대는 개들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 내가 말하는 틈이란 그것이 생기는 것을 본 사람도 들은 사람도 없는데 봄철 수선기가 되면 나타나는 틈을 말한다. 나는 언덕 너머 이웃 사람에게 알린다. 그리고 하루 만나서 경계를 걸으며 그 경계에 무너진 담을 다시 쌓는다. 우리는 담장을 중간에 두고 걸어간다. 자기편에 굴러 떨어진 돌들을 주워 올린다. 어떤 것들은 빵떡 같고 어떤 ..

시읽는기쁨 2006.10.31

걸어 보지 못한 길 /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

시읽는기쁨 2004.07.13